시간은 흘렀지만, 문제는 제자리다. 피해는 고스란히 팀으로 전해진다. 수장의 속은 타 들어간다.
삼성의 이번 겨울의 최대 화두는 윤성환(35)과 안지만(33)의 거취다. 지난해 10월 중순, 처음 이들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가 보도된 이후 4개월 여가 흘렀지만 큰 변화는 없다. 여전히 경찰 수사 중이라는 소식만 전해질 뿐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
‘결론’이 나지 않은 윤성환과 안지만은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이들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었다. 1차 전지 훈련지였던 괌에서 몸을 만들던 이들은 15일 2차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선수단에 합류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언제 상황이 바뀔 지 모르는 상태다. 시즌 준비를 한창 해야 하는 류중일(53) 삼성 감독이 답답해하는 이유다.
15일 오키나와에서 만난 류 감독은 “벌써 4개월이 흘렀다. 너무 답답한 상황이다”며 “사건이 생긴 뒤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삼켰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이상 선수를 뛰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을까”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만약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이들을 경기에 내보낼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팀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팀의 주축 투수인윤성환과 안지만이 팀에 남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류 감독은 현재 상황에서 마무리 후보로 안지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류 감독은 “큰 일이 없으면 안지만을 생각하고 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차우찬을 마무리 투수로 두고도 많이 활용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안지만이 팀에서 이탈하게 될 경우 삼성은 갑작스럽게 투수진 새판 짜기에 돌입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삼성이 구상 중인 트레이드에도 이들의 거취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번 겨울 전력 이탈이 많았던 삼성은 트레이드를 통해 외부 자원을 수혈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류 감독은 “두 선수의 상황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트레이드도 힘들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두 투수의 상황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팀의 전체적인 전력을 그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기화된 수사 탓에 팀의 구도가 발목이 잡혀있는 셈이다.
오키나와=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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