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등 비위생적 시술로 환자들이 박테리아와 결핵균 등에 집단 감염되도록 한 병원장이 거액을 물어주게 됐다. 최근 주사기 재활용으로 C형 간염 감염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상황에서 기본원칙도 안 지킨 의료인에게 법원이 무거운 배상책임을 물은 것으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김종원)는 감염 피해환자 14명이 전문의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인당 1,000만~3,000만원씩 총 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약품 보관 상태가 매우 불량했고, 심지어 동일한 주사기로 여러 부위에 주사제를 투여한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보여 이 과정에서 병원균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이씨는 2009년 9월부터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간호조무사 조모씨에게 관절통증치료를 도맡게 했다. 조씨는 허리 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엑스레이를 찍어 진찰을 하고 척추 통증부위를 압박하는 교정시술(추나요법)도 했다. 조씨는 무면허의료행위를 하면서 1회용 장갑을 끼지 않고 환자들의 통증부위를 만지며 주사를 놨다. 쓰다 남은 약물을 냉장고에 음식물과 함께 보관했다가 환자가 오면 주사기에 넣어 주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주사제를 투입한 주사기를 소독조차 하지 않고 재사용한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2012년 4~9월 조씨에게 주사를 맞은 환자 243명 중 61명에게서 박테리아나 결핵균, 염증 등 집단 감염증이 발병했다.
이씨는 앞서 간호조무사에게 환자진료를 보게 하고 의료급여 5,700여만원을 받아 챙기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쓴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상해를 입힌 과실은 본인이 직접 담당했던 의료행위가 아니란 이유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