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동생을 구하기 위해 7년간의 침묵을 깨고 정치 무대에 나섰다. 이날 저녁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노스찰스턴에서 열린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유세장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2009년 퇴임 이후 최초로 공개 석상에서 특유의 비음 섞인 텍사스 영어로 정치 연설을 했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의 귀환은 그 자체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젭 부시가 후보로 나선 이래 가장 활기찬 유세였다고 평가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워싱턴 시절이 사실 전혀 그립지 않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내 작품의 가치가 그림이 아닌 사인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는 농담으로 초반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곧 본론으로 들어갔다. 직접 거명하지 않았으나,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미국인들이 분노와 좌절에 빠진 걸 안다. 그렇지만 이를 부채질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 진정한 힘은 엄포와 허풍 대신 겸양의 리더십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또 “동생뿐만 아니라 미국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지도자의 진정한 자격을 가진 젭 부시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언론은 유세장에 온 1,000여명 청중 대부분이 젭 부시를 지지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세장 밖의 유권자들에게는 오히려 ‘부시 가문’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켰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도 이날 노스찰스턴에서 행사를 갖고 “이라크 전쟁은 명백한 실수”라며 부시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데이빗 비즐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이에 대해 “부시 전 대통령을 이라크 전쟁과 반복해서 연관 짓는 건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이 부시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만, 트럼프 주장을 듣고 나면 ‘부시가 실수한 건 사실이니까, 그 동생을 찍어주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나들이가 대선에 출마한 동생에게 약(藥)이나 독(毒) 중 어떤 것이 될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0일)가 끝난 뒤 알 수 있다는 결론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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