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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정월 풍습...일만팔천 신(神)에게 세배 올리다

입력
2016.02.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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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신과세제 모습.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신과세제 모습.

제주를 가리켜 일만팔천 신들이 상주하는 ‘신(神)들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신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당 오백 절 오백’이라는 말도 있다. 신당과 사찰이 500개소에 달했다는 이야기이다.

제주의 민간신앙과 관련해 동국여지승람에는 ‘풍속이 음사(淫祀)를 숭상해 산·숲·내와 못·언덕·나무와 돌에 모두 신의 제사를 베푼다. 매년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남녀 무당이 함께 신의 기를 들고 귀신 쫓는 놀이를 하는데 징과 북이 앞에서 인도해 마을을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다투어 재물과 곡식을 내어 제사한다. 또 봄과 가을에 남녀 무리가 광양당(廣壤堂)과 차귀당(遮歸堂)에 모여 술과 고기를 갖추어 신에게 제사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구좌읍 월정리 신과세제 모습.
구좌읍 월정리 신과세제 모습.
대나무 바구니 ‘차롱’에 정성껏 음식을 담은 모습.
대나무 바구니 ‘차롱’에 정성껏 음식을 담은 모습.
구좌읍 동복리 신과세제 장면.
구좌읍 동복리 신과세제 장면.

산의 숲이나 하천·연못·언덕, 평지의 나무나 돌에도 모두 신당을 세우고 치성을 드렸다는 기록이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제주전통문화연구소가 전수 조사한 결과 제주에는 현재까지 신당이 400곳 가까이 남아있다.

삶이 어려울수록 무엇인가에 기대고자 하는 심리가 커진다. 제주의 민속신앙은 과거의 얘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신들의 보살핌으로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자 했던 주민들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을의 공동 성소인 신당(神堂)에서의 의례는 크게 4가지다. 매년 정월 초 거행되는 새해인사 격인 신과세제, 음력 2월의 영등굿, 7월의 마불림제, 그리고 9월이나 10월 열리는 추수감사절 성격의 시만곡대제가 그것이다.

병신년 새해가 시작된 요즘 제주도 마을 곳곳에서 신과세제가 열리고 있다. 과세문안(過歲問安)이라고도 하는데, 제주에서 과세는 세배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신과세제는 신에게 세배를 올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주에서 신을 대하는 태도는 살아있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안의 웃어른에게 세배를 올리듯 신들에게도 똑같이 세배를 올리는 것이다. 신에게 올리는 세배이기에 한 해의 무사안녕과 가족 구성원의 복을 기원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신과세제가 열리는 날은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타지로 거처를 옮긴 출향인사들까지 지극정성으로 참여한다. 제가 열리는 날이면 각 집안마다 대나무로 짠 바구니인 ‘차롱’에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담아 신당의 제단에 진설한다. 마을의 모든 집안이 참여하기에 규모가 큰 곳에서는 300여개 차롱이 펼쳐진 모습이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신당 의례는 고대의 토속신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자산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제주의 문화 또한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이유다.

강정효 (사)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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