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대국민연설을 하는 것이 2차 대전 때인 1940년 5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의회연설을 벤치마킹 했다는 얘기가 15일 여권에서 나왔다.
처칠 총리의 연설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갈가리 찢긴 여론을 단번에 통합시킨 결정적 장면이었다. 안보 위기로 인한 남남(南南) 갈등을 달래고 대북 정책 찬성여론을 끌어 올릴 깜짝 카드로 박 대통령도 국회 연설을 택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의 민심은 유럽 각국을 잇달아 쓰러뜨린 나치 독일에 항복할 것이냐, 맞서 싸울 것이냐를 놓고 양분됐다. 전시내각을 이끈 처칠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우리의 정책은 맞서 싸우는 것이고, 우리의 목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하는 것입니다. 하나된 힘으로 함께 갑시다”라고 국민을 설득했다. 그의 호소는 참전을 망설이던 미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승리를 굳게 약속한 처칠 총리의 연설은 국민을 감동시켰고, 노동당과 보수당은 힘을 모아 거국 내각을 구성했다.
박 대통령 역시 16일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되는 희생을 지불하더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북한을 바꿔야 한다. 정치권도 국민들도 저와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 달라’는 줄기의 메시지를 국내와 국제사회를 향해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국론을 결집시키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비롯한 강경한 대북 정책이 충분한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가를 고비일 수 있다. 간결한 표현을 위주로 한 연설문을 직접 쓰거나 고치고, 연설 스타일이 달변보다는 눌변에 가까운 것은 박 대통령과 처칠 총리가 닮은 점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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