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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ㆍ식당서도 뻑뻑… 유커 흡연을 어찌하리오

입력
2016.0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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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 안 가리고 막무가내 끽연

냄새ㆍ화재 위험으로 골머리 앓지만

단속 효과 없고 과태료 부과도 못해

“한국 금연정책 적극적으로 알려야”

춘절 연휴를 맞아 관광을 온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무단으로 흡연하고 있다. 신재훈 인턴기자(세종대 광전자공학과 4)
춘절 연휴를 맞아 관광을 온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무단으로 흡연하고 있다. 신재훈 인턴기자(세종대 광전자공학과 4)

주말을 맞아 인파로 붐비던 13일 서울 명동 거리. 한 중국인 관광객 남성이 피우던 담배를 입에 문 채 화장품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매장 안에서도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직원과 가격 흥정을 했다. 금세 매장 안을 가득 메운 연기에 상품을 둘러보던 다른 고객들은 콜록거리며 가게를 나와야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직원 김모(30ㆍ여)씨는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긴다”며 “중국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는 시기라 혹시 좋지 않은 소문이 날까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도심이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이 내뿜는 담배 연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중국 흡연문화에 익숙했던 유커들이 한국에서도 중국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흡연을 즐기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 연휴였던 7~13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나 증가한 15만6,00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으면서 주요 쇼핑 거리와 고궁, 유원지 등은 유커 흡연족들로 인해 때아닌 담배와의 전쟁을 벌어야 했다.

이날 명동 건너편 대형 백화점 주변 역시 관광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십수명씩 무리지어 담배를 피우는 유커들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장 박서진(29)씨는 “가게 주변이 전부 금연구역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중국인 관광객들이 떼로 몰려와 흡연하는 통에 만류하기를 포기했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김모(39)씨도 “얼마 전 백화점 식당가에서 버젓이 담배를 꺼내 무는 동양인 관광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직원이 제지하자 벌금을 내겠다는 시늉을 하며 현금 다발을 내밀더라”며 혀를 찼다.

유커들의 막무가내식 흡연으로 골치가 아프기는 고궁도 마찬가지다. 이날 둘러 본 경복궁과 덕수궁 곳곳에서는 몰래 흡연하다 적발돼 관리자들과 실랑이하는 관광객들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덕수궁관리소 관계자는 “고궁은 각종 문화재가 산재해 있고 화재에도 극도로 취약해 전 구역이 금연이지만 숨바꼭질하듯 담배를 피우는 외국인 관광객 탓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복궁 측은 2년 전부터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여행업협회에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금연 홍보요청 공문을 보내고 있을 정도다.

유커들의 흡연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관리 당국은 단속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 명동거리의 금연 단속을 담당하는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흡연으로 적발돼도 과태료 부과를 위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데다 현장결제가 국내에서 발급된 카드만 가능해 계도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놓칠 수 없다는 상인들의 반발도 유커 흡연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명동 일대는 지난해 1월부터 흡연 단속을 시작했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중앙로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됐다. 흡연을 과도하게 규제할 경우 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상인들의 우려를 감안한 조치였다. 한 흡연 단속원은 “사실 관광객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곳은 중앙로와 주변 골목들인데, 금연구역에서 제외되면서 겉핥기 단속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관광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인 관광객인 만큼 이들을 유치하면서도 한국의 금연문화를 적극 알려 스스로 법을 지키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세진 동서대 국제학부 교수는 15일 “중국 정부도 지난해부터 베이징(北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공장소 금연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해 중국인들의 금연 인식도 높아지는 추세”라며 “방한하는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금연정책을 좀 더 상세하게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혜정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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