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삼성SDI, 호텔신라 등 비금융 계열사들도 동참한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는 이미 2006년부터 사외이사에 이사회 의장을 맡기고 있다.
15일 삼성에 따르면 다음달 11일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관 일부 개정안이 상정된다. 개정안에는 현재 대표이사가 맡고 있는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사 중에서 선임한다’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나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 삼성SDI는 조남성 사장,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이 각각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추세에 따라서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애플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이 관례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상장사 가운데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기업의 비중은 96.41%나 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거센 공격을 받았던 것이 이번 결정을 이끈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에 개방한 만큼 다른 금융 계열사들처럼 사외이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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