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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폭락한 지금, ELS 역발상 투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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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폭락한 지금, ELS 역발상 투자 어떨까

입력
2016.0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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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산 바닥권 근접 위험 적어

녹-인 구간 60%로 낮춘 신상품도

“안전ㆍ수익성 감안 땐 적기” 권유까지

“H지수 더 떨어질 소지” 신중론 속

유동성 등에 매력 ETF 추천도

30대 회사원 A씨는 최근 적금 만기로 손에 쥔 여윳돈 1,000만원의 투자처를 놓고 고민이 크다. 아무리 둘러봐도 초저금리 시대에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라는 주가연계증권(ELS)만한 게 없어 보이지만 회사 선배 B씨는 볼 때마다 A씨를 극구 만류하고 있다. 지난해 ELS에 가입한 B씨는 올 들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H지수) 폭락으로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위태로워진 상태다.

ELS 시대는 갔다?

최근 홍콩H지수 폭락으로 밤잠을 설치는 H지수 연계 ELS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H지수는 중국경기 불안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 12일엔 7,500대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H지수 연계 ELS가 줄줄이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ㆍ원금손실 가능 구간)에 진입하면서 지금까지 손실위험구간에 진입한 누적 투자금이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불과 얼마 전까지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던 ELS가 이제는 ‘고위험ㆍ저수익’ 상품이란 오명을 쓰고 기피의 대상으로까지 밀려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신규 투자자라면 기존 ELS 투자자와는 조금 시각을 달리해볼 수 있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ELS는 주가와 연계돼 수익률이 움직이는 증권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거래하는 기초자산이 주로 주가지수(홍콩H지수, 코스피200, 유로스톡스50 등)나 개별 주식이다. 기초자산, 즉 주가 지수가 오르면 수익이 나고 떨어지면 손실을 입는 구조여서 요즘처럼 가입 시점의 기초자산 주가 지수가 바닥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수익을 올리기 유리한 셈이다. ‘역발상 투자’ 관점에서 H지수가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현 시점이 오히려 ELS투자의 적기라는 권유가 나오는 이유다.

안전성 강화 상품 속속 출시

특히 최근엔 각종 주가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새로 출시되는 ELS상품의 수익률이 지난해보다 평균 1~2%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주가지수 가운데 변동성이 가장 큰 H지수와 연계한 녹인 상품은 10%대 수익률(세전)까지 제시하고 있다. 또한 최근엔 H지수 폭락에 따른 우려를 감안해 수익률 확정 기준선을 가입 시점 대비 60%대까지 확 낮춘 상품도 적지 않다. 이런 상품은 현재 7,500선까지 후퇴한 H지수가 3,000선 중반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익을 볼 수 있다.

다만 누구도 H지수가 바닥을 쳤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여전히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승현 에프엔가이드 연구원은 “ELS는 수익률 보다는 녹인 구간이 낮은 상품 위주로 고르고, 한번 상품에 목돈을 몰아 투자하기 보다는 소액을 조금씩 나눠서 여러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LS는 하고 싶지만 H지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면, H지수를 기초자산에서 아예 제외했거나 원금보장 조건을 넓힌 상품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김영호 KEB하나은행 대치동 골드클럽 센터장은 “H지수를 뺀 다른 지수들을 기초자산으로 구성하고, 조기상환 조건을 완화한 노(no)녹인 상품들도 요즘엔 수익률이 6%에 이른다”고 전했다.

‘치고 빠지기’ 자신 있다면 ETF

향후 주식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해도 ELS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 H지수 등 각종 주가지수가 급반등하더라도 ELS 투자자는 가입 당시 약속된 수익률만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떨어져도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ELS의 장점이 주가 급등 시엔 한계로 작용하는 것이다. 조한조 NH농협은행 개인고객부 차장은 “ELS 투자도 지난해보다 수익률이 높고 위험이 낮아 나쁘지 않다”면서도 “주가가 이렇게 낮을 때는 ELS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권유했다.

ETF는 코스피나 코스피200 같은 특정 지수의 등락이나 원자재 같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과 같은 수익률을 얻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이다.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종목처럼 1주 단위로 사고 팔 수 있다. ETF는 투자가 쉽다는 게 무엇보다 장점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실패하기 십상인 종목별 주식 투자와 달리 특정 지수 전체에 ‘베팅’ 하기 때문에 지수의 상승, 하강 움직임만 예측하면 된다.

ELS 투자자들이 H지수 폭락에도 만기에 발이 묶여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지켜봤던 이들이라면 ETF의 유동성도 매력이 될 수 있다. 이승현 연구원은 “ETF는 만기가 없고 장중 거래로 곧바로 사고 팔 수 있어서 지수 변화에 대한 방어가 쉽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유동성은 동시에 위험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 증권사 PB는 “ETF투자는 기민한 ‘치고 빠지기’ 전략이 요구되기 때문에 주식 시장을 잘 모르는 투자자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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