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동필 농림장관 “쌀에 직불금 지나치게 편중... 대폭 손질할 것"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동필 농림장관 “쌀에 직불금 지나치게 편중... 대폭 손질할 것"

입력
2016.02.16 04:40
0 0

직불금 자체 규모 지금보다 늘려야

쌀값 안정 위해 추가 격리 검토 중

관세 513% 물며 수입된 쌀 0.6톤

관세 지켜내려면 밥쌀 수입 불가피

TPP에서도 쌀 예외 방침은 확고

할랄단지 수요 미미 조성계획 접어

정권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장수 장관 비결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나중에 국회의원에 출마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권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장수 장관 비결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나중에 국회의원에 출마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쌀 생산에 지나치게 많은 가용 자원이 집중 투입되고 있다”며 “쌀 중심의 직불금 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벼농사만 지으면 정부가 돈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쌀 편중이 심한 우리나라 농업의 체질 개선에 직불금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쌀 이외에 공급이 더 필요한 곡물을 키울 때 직불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직불금이 너무 쌀에 집중되어 있다”며 “쌀 농사 규모화에는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최선인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불금의 품목을 다양화하고 밀 콩 등 우리가 더 필요로 하는 곡물 생산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직불금이 농업 구조나 체질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직불금 제도 개선과 관련한 특별추진단을 구성해 개편 방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직불제가 쌀과 같이 특정 품목의 생산과잉을 유발했는지 평가해 보고 그 결과를 예산(직불금)에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농업계ㆍ기방자치단체ㆍ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쌀값 안정을 위해 쌀을 추가로 격리(쌀을 사들여 시장에서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여 가격을 유지하는 것)하라는 농민단체나 농촌 출신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이 장관은 “검토하겠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논란이 된 전북 익산시 할랄 식품단지와 관련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조성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장관은 인터뷰에 주요 보직과장들을 배석시켰다. 인터뷰 내용을 조직 구석구석에 전파하란 뜻이었는데,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정권 최장수 장관으로서 세부 내용에서까지 과장들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쌀 생산과잉 때문에 가격하락 문제가 심각하다.

“일시적 풍년은 어쩔 수 없지만, 구조적 생산과잉은 줄여야 한다. 정부가 연 4조원 가까이를 쌀에 쓴다.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쌀 가공식품 생산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겠다.”

-직불금이 과잉생산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직불금 자체는 오히려 지금보다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농업예산 대비 직불금이 한국은 15%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36%,. 유럽연합은 72%에 달한다. 다만, 직불제가 쌀처럼 특정 품목의 과잉생산을 유발했는지 평가해 그 결과를 예산에 연계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특별추진단을 구성해 개편 방향을 적극 검토하겠다.” (정부는 현재 토지 면적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고정직불금(1ha당 100만원)과 더불어 수확 시 쌀값이 목표가에 미달할 때 차이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쌀값이 떨어져도 농가 수입이 크게 줄지 않는 이유다.)

-쌀을 추가로 격리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금년에만 벼 재배면적을 3만ha 줄인다. 설 이후 가격 추이를 봐서, 3만ha에 해당하는 공급을 제외할 때 얼마 정도를 추가로 격리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는 중이다.“

-관세화로 쌀 시장을 개방한 지 1년이 지났다. 자체 평가는.

“일각에선 개방으로 저가 수입쌀이 대량으로 들어올 것을 우려했었다. 그러나 1년간 513%의 쌀 관세를 물며 수입된 쌀은 0.6톤에 불과하다. 513% 관세가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한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진행 중인 관세화 검증에서 513%를 꼭 지킬 것이다.”

-쌀이 남는데 밥쌀용 쌀을 수입하는 것에 반대 목소리도 여전한데.

“1995년부터 20년간 쌀 관세화(시장개방)를 유예하는 대가로 일정물량을 수입하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했다. 수입쌀만 용도를 제한해 가공용 쌀만 수입ㆍ판매하는 것은 WTO 규범 위반소지가 커, 일부는 밥쌀용 수입이 불가피하다. 513% 관세율을 유지하려면 WTO 원칙을 지켜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들어가려면 농업 쪽에서 문을 더 열어야 하는 것 아닌가.

“TPP가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어서, 그런 개연성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TPP로 가더라도 쌀 개방만큼은 예외로 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

익산 식품클러스터에 할랄(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단지를 조성하는 문제가 나오자, 아내에게 받은 카카오톡 문자라며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 줬다. 일부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도는 “한국이 무슬림화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는데, 이 장관은 “일부 교단에서 하는 얘기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전북 익산시에 할랄식품단지를 조성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컸다. 추진하는 건가, 아닌가.

“애초 정부는 할랄 수출대책의 하나로 식품클러스터 안에 할랄단지 조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입주수요를 조사해 보니 수요가 미미했다.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고 지금은 조성 계획이 없다.”

- 현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최장수 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스로 평가하는 장수 비결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확인해서 농업인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현장 방문 시 이런 진전성에 농업인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과 농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한 것도 큰 힘이 된 것 같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프로필

▲경북 의성(61세) ▲대구고-영남대 축산경영학과-서울대 대학원 농업경제학 석사-미국 미주리대 농업경제학 박사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상근 전문위원 ▲농림수산식품부 규제심사위원장

▲농촌희망찾기현장포럼 대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