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개최국의 성적이 대회 흥행과 직결된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는 ‘한국 쇼트트랙 레전드’ 안현수(31ㆍ러시아 명 빅토르 안)와 미국의 스노보드 선수 빅 와일드(30) 등 우수 인재들을 귀화시켜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개최국에 걸맞은 성적을 올렸다. 러시아는 20년 만에 동계올림픽 종합 우승을 차지해 스포츠 강국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한국은 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을 제외하고는 동계 스포츠에서 세계 수준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2년여 앞두고 연일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그 동안 대회 참가에만 의미를 뒀던 설상과 슬라이딩 종목 선수들이 세계 정상급 대회에서 값진 메달을 일궈내고 있고 평창 올림픽에서 새롭게 채택된 종목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스타 이승훈(27)은 14일(이하 한국시간)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막판 대역전극을 앞세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매스스타트에 나선 김보름(23)은 선두에 0.13초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매스스타트는 출전 선수들이 동시에 출발, 레인 구분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를 도는 종목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쇼트트랙과 비슷하게 치열한 몸싸움과 신경전이 필수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과 김보름에게는 낯설지 않은 종목이어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자리 매김을 하게 됐다.
‘한국 동계 스포츠의 불모지’로 꼽히는 스키 종목에서도 올림픽 메달 획득의 기대감을 부풀리는 선수가 나타났다. ‘스키 크로스컨트리의 유망주’ 김마그너스(18)는 13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제2회 동계 유스올림픽 남자 크로스컨트리 프리 종목 결승에서 2분59초56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한국 스키 종목에서 처음으로 나온 금메달이다. 노르웨이 국적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는 2013년 노르웨이 선수권 15세부 크로스컨트리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스키강국 노르웨이에서도 기량을 인정을 받았던 터라 평창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국판 쿨러닝’의 기적을 일궈내고 있는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31)-서영우(25)와 스켈레톤의 윤성빈(22)도 세계 최강자들이 나선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평창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위한 워밍업에 나섰다.
원윤종-서영우는 지난달 23일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주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2015~16시즌 월드컵 5차 대회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3초4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윤종-서영우는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3년여 밖에 안 된 윤성빈도 지난 5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IBSF 월드컵 7차 대회에서 1, 2차시기 합계 2분18초26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빙속여제’ 이상화(27)도 14일 부상 등의 악재를 떨치고 2016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금빛 레이스’를 재가동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 3연패라는 금자탑 달성도 꿈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다.
대한체육회에따르면 우리나라는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쇼트트랙 5개ㆍ빙상 2개) 이상을 획득, 종합 4위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 대회는 금ㆍ은메달 각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순위 5위에 오른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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