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높이에서 정지, 점검 비행 중 갑자기 민가 옆 밭으로 곤두박질
1968년부터 도입… 수명 계속 늘려
1990년 이후 30여명 목숨 앗아가
15일 오전 육군 205항공대 소속 UH-1H 헬기가 추락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 민가 인근 사고현장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추락 당시 충격으로 기체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정도였다. 문짝과 프로펠러 등 잔해가 사방에 흩어져 추락 당시 충격이 상당했음을 짐작케 했다. 담벼락 근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헬기 기체 파편 일부분이 걸려 있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헬기사고는 오전 10시 10분쯤 발생했다.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 육군항공대 이착륙장에서 이륙한 사고 헬기는 지상에서 1m 높이에서 정지하는 ‘3단계 점검 비행’ 중 갑자기 2.5m 높이의 항공대 담벼락을 넘어 50여m 떨어진 민가 옆 밭에 추락했다. 추락 현장에는 주택도 바로 옆에 있었으나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군 관계자는 “헬기는 지상 1m 높이 점검비행 과정에서 갑자기 기지 바깥으로 넘어가 밭으로 추락해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4명 가운데 부조종사 고모(26) 준위와 박모(23) 상병, 최모(22) 일병 등 3명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순직했다. 조종사 홍모(50) 준위는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사고를 처음 목격한 이모(48)씨는 “갑자기 ‘쿵’ 하는 굉음이 크게 들려 밭쪽으로 달려 나가보니 헬기에서 하얀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 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현장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심던 주민들도 “여러 대의 헬기가 엔진을 가동하고 있었는데 유독 한 헬기에서만 평소와 다른 이상한 소리가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대표적인 노후 기종인 UH-1H 헬기의 안전성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UH-1H 헬기는 우리 군이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미군으로부터 도입하기 시작했고, 현재 140대 가량을 운용하고 있다. 무게 2.5톤에 항속거리는 517㎞, 최고속도는 시속 226㎞이다. 승무원은 2명이며 전투 및 수송인원을 최대 12명까지 태울 수 있는 이 헬기는 한때 우리 육군 항공 기동작전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쓰임새가 많았다.
그러나 이 기종은 1990년 이후 사고가 10건 넘게 발생해 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등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우리 군은 전자장비를 새로 달고 부품 소재도 개량해 수명을 늘려왔지만 최근 기체노후로 퇴역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내렸고,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헬기로 대체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사용중인 UH-1H헬기는 1970년대에 생산된 것이 대부분”이라며 “노후화해 정비를 자주하는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헬기의 블랙박스와 잔해를 수거해 정확한 기체 결함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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