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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혁신집단으로서의 사회적기업

입력
2016.02.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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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정해진 인상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사회적기업이 그렇다. 그 단어 속에 연상되는 모습은 취약계층을 위한 기업,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기업이다. 직원들의 처우도 별로 좋지 않으며, 정부지원이 끊기는 순간 금방 도산할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의 사회적기업은 다르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적인 집단을 말한다. 사회적기업가란 그 혁신을 이끌어가는 리더로 인식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혁신 지원재단인 아쇼카(Ashoka)의 설립자 빌 드레이턴은 이렇게 말했다. “뛰어난 사회적기업가란 물고기를 잡아주거나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선다. 바로 수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람인 것이다.” 아쇼카는 전 세계 3,000명이 넘는 아쇼카펠로를 선정하고 지원한다. 그 분야도 교육, 인권, 시민참여, 환경 등 다양하다. 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카일라시는 1993년 선정된 아쇼카펠로였다. 같은 해 역대 최연소로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말랄라도 아쇼카펠로가 설립한 학교의 학생이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세계 각국에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가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해결하려는 사회문제 또한 아주 다양하며, 이들을 지원하는 자금규모 또한 거대하다. 한 연구(Monitor Institute, 2009년)에 의하면 사회적기업 등에 투자되는 자금(임팩트 펀드)은 세계 총 자금의 1% 정도, 즉 5,000억 달러(약 605조원)로 추산된다. 규모가 이러하니 전 세계 사회적기업가는 그 자금을 받기 위해 자신을 증명하려 노력한다. 하버드(Harvard), 스탠퍼드(Stanford), 옥스퍼드(Oxford) 등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에서는 사회적기업가를 키우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일반 기업가와 마찬가지로 사회적기업가란 맹렬히 사회혁신의 방법을 강구하고, 그 효과성을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사회적기업가란 어딘가 ‘정부 의존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사회적기업이란 단어도 사회적기업육성법(2007년)에 의해 규정된 엄격한 ‘법적 용어’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ㆍ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조직을 말한다(제2조). 또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하며, 수익은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재투자해야 하는 등 ‘인증기준과 절차’(제8조)를 통과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은 그동안 정부지원을 위한 근거였다. 그리고 그 지원이 한국에 있어서 사회적기업의 급속한 발전의 기반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바꾸어야 할 때다. 나라마다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눈은 다르다. 일부 유럽국가의 기준(EMES 등의 기준)을 제외하고는, 사회적기업에 있어서 소유 및 지배구조, 법인격의 종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제기하는 사회문제의 심각성이며, 그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는 혁신성인 것이다. 아마도 아쇼카펠로 중 상당수는 한국에서는 사회적기업가로 불릴 수 없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인증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부가 독점하고 있던 사회적기업이라는 단어를 이제는 모든 사회혁신가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는 ‘취약계층’이라는 협소한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그리고 환경ㆍ교육ㆍ인권ㆍ국제개발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젊은이들이 지닌 사회혁신의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도 이름을 바로잡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논어(論語)에서 공자는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름을 바로잡겠다(正名)”고 했다. 사회적기업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사회혁신의 가능성을 되돌려주는 것, 즉 그 이름을 바로잡는 것은 공자 탄생 2,500년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통용되는 사실이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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