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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본사, 홍콩 안 가고 런던 잔류... 中엔 찜찜한 결정

입력
2016.02.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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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런던 지점 앞을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14일 HSBC의 런던 잔류 결정으로 중국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EPA
HSBC 런던 지점 앞을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14일 HSBC의 런던 잔류 결정으로 중국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EPA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런던 시민과 영국 정부에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안겼다”

홍콩으로 본사 이전을 검토하던 유럽 최대 은행 HSBC가 런던 잔류를 최종 결정하자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홍콩에서의 ‘중국 리스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로서는 ‘불편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포함됐다.

HSBC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런던은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숙련된 인재가 풍부한 이상적인 금융 도시”라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본사의 런던 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HSBC의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HSBC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영국에서의 은행 규제가 강화되고 세금 부담이 늘자 본사의 홍콩 이전을 공공연히 검토해 왔다. HSBC의 이익 70%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하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홍콩으로 이전할 경우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 리스크가 대두됐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 지도부를 비판하는 서적을 팔던 홍콩 서점 직원들을 연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홍콩의 법적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영국 재무부는 대형 은행에 대한 징벌적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구애’에 나섰다. 고용과 세수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HSBC를 잃을 경우 현 정부에 큰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HSBC가 중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홍콩의 불안정성 때문’이 아니라 ‘영국의 금융환경이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발표하는 식으로 런던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 왔다.

영국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HSBC의 잔류 결정은 영국 정부의 경제계획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내심 HSBC의 ‘귀환’을 기대한 홍콩과 중국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1865년 홍콩에서 창업한 HSBC는 1992년 영국 미들랜드은행을 인수하며 본사를 런던으로 옮겼다. 세계적인 자산운용그룹 샌포드번스틴의 치란탄 바루아 선임 애널리스트는 “HSBC의 결정은 중국이 세계적인 금융기업을 유치할 준비가 안 됐다는 금융계의 공포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짜증(Irking)을 부를 위험이 있다”고 FT에 말했다.

피터 왕 HSBC 아태지역 CEO는 이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사회의 결정은 HSBC의 사업 계획 때문이지 최근 홍콩에서 일어난 ‘어묵 혁명’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히는 등 ‘정치적 관련성’에 대한 선 긋기에 나섰다. 어묵 혁명은 지난 8일 홍콩 경찰이 어묵을 파는 전통 노점상을 단속하자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격화된 반 중국 시위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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