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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사람 작품을 녹음했냐고요? 팬들이 이 곡을 원해서요. 이 사람 팬이 그렇게 많은지 저도 놀랐어요.”
유튜브 스타인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는 지난해 신보를 낸 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음악은 편하게 즐기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전위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을 쏟아낸 ‘이 사람’은 바로 미국 작곡가 필립 글래스(79).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가 한국을 찾는다. 2003년 다큐멘터리 상영과 클래식 연주를 접목시킨 공연 ‘캇씨(qatsi)’ 시리즈를 선보이며 처음 내한한 지 13년만으로, 다음 달 서울과 통영에서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를 국내 초연한다.
전위적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음악이 어떻게 가능할까. 필립 글래스는 기교와 장식을 극도로 덜어낸 현대음악,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꼽힌다. 공연 연출가 로버트 윌슨, 싯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 글램 록의 선구자 데이비드 보위 등과 협업하며 클래식음악의 경계를 넓혀왔다. 단순한 멜로디를 무한 반복, 변주하기 때문에 중독성 강한 그의 음악은 대중매체와도 행복하게 조우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라이브 음악과 영화, 다큐멘터리를 결합시킨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고, 영화OST 작업에도 참여했다. 영화 쿤둔(1997), 트루먼 쇼(1998), 디아워스(2002) 등의 배경음악 작곡가로 일반에 알려진 그는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의 음악감독을 맡아 한국에도 친숙하다.

3월 23~24일 서울 LG아트센터 25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선보이는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프랑스 작가 장 콕토의 영화에 음악을 입힌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다. 대사와 음악 등 모든 소리가 완전히 제거된 흑백영화가 무대 위에 상영되는 가운데, 필립 글래스가 작곡한 음악을 필립 글래스 앙상블이 연주하고, 4명의 성악가가 배우들의 대사에 맞춰 노래한다. 1994년 이탈리아에서 초연했다. 27일 통영 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는 필립 글래스가 직접 무대에 올라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와 대담하고 자신의 대표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필립 글래스와의 저녁’을 갖는다. (02)2005-2114, (055)650-0400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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