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올해 투자 규모를 6년 전 수준으로 줄일 전망이다. 이들은 통신망 투자를 명분으로 기본요금을 받고 있는데, 작년 투자조차 계획대로 집행하지 않아 기본료 폐지 압박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올해 총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2조원, KT가 2조5,000억원, LG유플러스가 1조5,000억원을 각각 투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6년 전과 비슷한 투자 규모다. 이통 3사는 지난 2010년 유·무선 네트워크 등에 총 6조505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SK텔레콤이 1조8,450억원, KT가 3조572억원, LG유플러스가 1조1,483억원을 각각 지출했다.
그러나 이통사들이 올해 정말 6조원을 투자할지는 알 수 없다. 매년 투자 약속이 '공수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작년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고서 1조8,913억원만 투자했다. KT는 투자계획인 2조7,000억원에 못 미친 2조3,970억원을, LG유플러스도 1조7,000억원에 못 미친 1조4,103억원을 썼다.
투자 축소는 기본료 폐지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본료는 통신망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책정된 요금이다. 이통 3사는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1인당 1만원 남짓의 기본료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작년 4월 통신요금에 기본료를 포함할 수 없도록 미래창조과학부 요금 인가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의 투자 축소를 고려해 기본료를 4,000∼5,000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제시됐다. 기본료를 폐지하면 통신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통 3사의 완강한 주장은 올해 초 미래부 우정사업본부가 기본료 없는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참여연대는 최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 앞에서 기본료 폐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작년 영업이익이 급증하고도 올해 투자 규모를 늘리지 않았다"며 "기본료를 순차적으로 폐지할 수 있는 여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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