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안보 위기 돌파를 위한 ‘국민의 단합’을 호소하는 대국민연설을 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이후 번지는 남남(南南) 갈등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대국민연설 장소로 청와대가 아닌 국회를 선택한 데에는 북핵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정치권에 경고를 보내겠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정부의 북핵 대응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론이 여전히 오차 범위 안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며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바로 지금이 박 대통령의 육성(肉聲)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정부의 ‘입’ 역할을 했지만, 여론 호소력이 충분하지 못해 대북 정책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에도, 여야 정치인들과 만나는 것에도 인색했다. 그런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대국민연설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남북관계 단절까지 염두에 두고 꺼내든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그 만큼 절실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장에 서서 국민의 단합과 여야의 협력을 절절하게 호소하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상당히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대국민연설 전후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정부의 대북 정책을 ‘총선 용 북풍(北風) 공세’로 몰아 가는 야당을 압박하는 것도 박 대통령의 중요한 국회 방문 목적이라는 얘기다. 또 박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중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북한 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선거를 57일 앞둔 시점이라 경우에 따라서 정치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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