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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 구 재단에 이사 과반 추천권… 분규ㆍ혼탁 ‘도돌이표’

입력
2016.0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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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재개정된 사학법의 산물

사분위, 이사 선임권 등 통제 역할

교육당국서 이관 불구 되레 역행

대법 “정이사 선임 권한, 임시이사 아닌

구 재단 측 종전 이사에 있다”

상지대 판결 때 김문기 손들어 줘

사분위원이 구 재단 소송 대리

비리사학들과 유착 의혹까지

오랜 분규의 터널을 빠져나온 사학들이 이른바 ‘정상화’(임시이사를 정이사로 대체)를 거친 뒤 분규가 재발하는 역설적 현상의 복판엔 2007년 재개정된 사립학교법의 핵심 산물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자리하고 있다. 비리사학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실효성 있는 무기인 임시이사 및 정이사 선임권을 교육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사분위는 비리를 저지른 구 재단에 학교를 되돌려주는 비정상적인 정상화 방식을 고수하면서 “사학분쟁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조장’한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학교 정상화=구재단 복귀’

2007년 재개정법은 1963년 제정 이래 55차례 뒤바뀐 사립학교법 역사에서 가장 개혁적이라는 평을 듣던 2005년 개정법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설립자 및 이사장 가족의 학교장 임명 금지 조항은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임명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외부 인사 수혈로 사학 이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려던 개방이사제 역시 의미를 잃었다. 학교 구성원의 자치기구(대학평의원회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 부여됐던 개방이사 후보(2배수) 추천권이 재단과 자치기구가 공동 구성하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로 이관되면서 재단이 ‘우군’ 후보만 골라 이사로 임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의 비리사학 급증 추세가 사학에 대한 공적 통제권을 강화하려던 노력이 이처럼 무위로 돌아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007년 재개정법으로 그 해 12월 사분위가 출범하면서 임시이사 체제에 있던 사학의 정상화는 급물살을 탔다. 이전까지 정상화된 학교법인은 대학(전문대 포함) 기준 9곳에 불과했으나 사분위 출범 이후 28곳(임시이사 체제 회귀 3곳 포함)으로 급증했다. 초중등 학교법인까지 포함하면 60곳에 이르는데, 이 중 80%(48곳)가 이명박 정부와 임기가 겹치는 1~3기 사분위 때 정상화가 이뤄졌다. 학교에 따라 길게는 20년 넘게 임시이사 체제를 유지하며 교육 관료나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던 기존 비리사학 관리 정책이 일대 전기를 맞은 것이다.

문제는 사분위가 세운 정상화 기준이다. 상지대 영남대 조선대 광운대 등 정상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과 구 재단의 갈등이 첨예하던 2009년 9월 사분위는 ▦이해관계자의 합의(표결 땐 3분의 2 이상 찬성)를 존중하되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구 재단 측에 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준다는 내용의 ‘정상화 심의원칙’을 공개했다. 제3자의 학교 인수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일관되게 적용된 이 원칙은 비리나 학사 파행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구 재단이 대대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그리고 교육현장을 다시금 분규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다. 사분위는 또 이사회의 4분의 1을 개방이사로 선임하도록 한 사학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교가 개방이사제를 시행할 준비가 안됐다”는 등의 편의적 논리를 앞세워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정상적 정상화’ 빌미 제공한 대법

문제사학 정상화가 사실상 구 재단의 ‘학교 되찾기’로 귀결된 배경에는 대법원의 2007년 5월 ‘상지대 판결’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정이사 선임 권한은 임시이사가 아닌 구 재단 측 종전이사(임시이사 파견 직전 재직한 이사)에 있다”며 2003년 교직원과 학생들이 주도한 상지대 정상화를 무효화하고 분쟁 원인 제공자인 김문기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두 달 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주도한 사학법 재개정이 이뤄졌다. 사분위의 ‘정상화 원칙’도 이 판결을 근거로 삼고 있다.

구 재단에 이사 선임권이 있다고 본 대법원과 사분위의 판단에는 사유 재산을 투입해 사립학교를 설립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설립자의 권리가 사학의 공공성보다 우선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교수는 “사분위의 정상화 원칙에는 사학을 교육 및 학문의 현장이라기보다 재단 소유물로 보는 경제적ㆍ법적 논리가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사분위는 김문기 전 이사장 측에 상지대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부여한 직후인 2010년 8월 대국회 답변에서 “학교법인의 운영권이 손쉽게 제3자에 넘어가게 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이후 헌법재판소에 의해 여지 없이 부정됐다. 헌재는 2013년 사학법의 정상화 관련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며 “사학의 건립목적은 설립자에 의해 임명되는 이사진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관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며, 사학 정상화가 임시이사 선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상지대 판결 당시 소수의견을 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은 최근 저서에서 “대법원 판결은 상지대 등 몇몇 사학에 구 재단의 복귀를 돕는 결과를 낳은 것 외엔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사분위는 대법원 판결을 사학재단에 더 유리하게 확대해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법관 시절 상지대 판결의 주심을 맡았던 김황식 전 총리마저 2010년 9월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2007년 대법원 판결은 비리사학 복원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 고영주(2기), 오세빈ㆍ강훈(3기), 이재교(4기) 등 변호사 출신 사분위원들이 자신이 직접 또는 소속 로펌을 통해 구재단 측 소송을 대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사분위와 비리사학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됐다.

사분위는 그러나 국회의 청문회 출석 요구에 반발하거나 회의록 비공개 관행을 고집하는 등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김종서 배재대 교수는 “사분위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폐쇄적 운영으로 일관하면서 ‘사분위를 아예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사분위에 대한 공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위원 구성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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