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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ㆍ우버, 한국서 창업했다면 살아남았을까

입력
2016.02.1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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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사이즈 여성의류 대여 서비스

찾아가는 주유ㆍ중고차 딜러 앱 등

美 ‘상식 깨는 사업’의 천국

美 유연한 규제ㆍ모험자본 풍부

소비자도 새로운 서비스에 개방적

한국선 촘촘한 규제ㆍ투자 유치 난망

옷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천 벌의 옷 중에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으면 된다. 매달 일정액을 내면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차에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까지 갈 수가 없다. 그럴 때 스마트폰을 꺼내서 음식배달을 시키듯 주문하면 바로 주유차가 달려 와서 자동차에 기름을 채워준다.

차를 팔아야 하는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귀찮고 부담스럽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니 매매업자가 와서 차를 검사하고 가격을 매겨 인터넷으로 바로 팔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으로 나올 미래 사업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식을 깨는 비즈니스 모델들이다. 모두 미국의 초기 창업기업(스타트업)들이 시작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사업 모델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일부에서는 망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왔지만 이런 불길한 예상을 깨고 해당 회사들은 성장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회사는 이제 수십조원짜리 회사가 됐다.

“옷을 빌려드립니다” 그위니 비의 혁신 사업 모델

지금은 온라인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유명한 넷플릭스는 원래 1998년 우편으로 DVD 타이틀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매달 20달러를 내면 3장의 DVD 타이틀을 사실상 소유한 것과 다름없이 볼 수 있었다. 감상을 끝낸 DVD 타이틀은 우편으로 반납하면 된다. 새로운 DVD 타이틀을 아무리 자주 바꿔도 배송비용이 무료였다. 넷플릭스가 퍼지면서 DVD 타이틀 문화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제는 넷플릭스의 DVD타이틀 대여 개념이 다방면으로 퍼지고 있다. 그위니 비(Gwynnie bee)라는 사이트는 2012년부터 여성의류를 넷플릭스의 DVD타이틀처럼 온라인으로 빌려준다. 주로 사이즈 10이상의 풍성한 몸매를 가진 여성을 위한 옷을 대여해준다. 의류광고에는 날씬한 여성만 나오지만 실제 미국여성의 75% 가량이 사이즈10이상이라고 한다. 한 달에 79달러를 내면 옷 3벌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 옷이 싫증나면 박스에 넣어서 돌려주면 되고 이후 미리 선택해둔 새로운 옷이 배달된다. 넷플릭스의 DVD 타이틀처럼 배송비용은 추가로 들지 않는다. 1벌의 옷을 빌릴 경우 한 달에 35달러, 2벌의 옷을 동시에 빌리면 59달러를 낸다.

그위니 비는 오하이오주에 큰 창고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 미국전역으로 옷을 배송한다. 대여 후 다시 돌아오는 옷은 철저하게 세탁이나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다림질을 해서 보관한다. 대여할 때 옷에 이상이 없는지 3번 이상 철저하게 확인한 뒤 배송한다. DVD 타이틀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배송하는 넷플릭스와 똑같다.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은 그위니 비는 최근까지 300만개 이상의 상자를 배송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찾아가는 주유소 위퓨얼, 찾아가는 자동차 딜러 비피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영업을 시작한 위퓨얼이라는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응용 소프트웨어(앱)로 호출하면 마치 택시가 달려오듯 소형 주유차가 와서 기름을 넣어준다. 바쁠 때 주유소에 들를 시간이 없어 기름이 떨어졌는데 근처에 주유소를 찾기 힘든 경우 유용하다. 비용은 조금 비싸다. 한 번 주유에 기름값 이외에 7달러를 서비스료로 받는다. 한 달에 고정비용으로 20달러를 내면 보유 차량에 기름이 얼마나 남았는지 자동으로 측정해 알아서 채워 주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의 퓨얼부스터라는 회사도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에 기름을 채워주고 간다. 다만 이 회사는 사무실이 몰려 있는 대형주차장에서만 서비스한다. 대신 기름값 외에 서비스요금 등 추가비용을 받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들 외에 개스닌자, 필드 등 수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해 스마트폰을 통한 이동식 주유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하고 있다.

비피는 차를 팔고 싶을 때 스마트폰으로 신청하면 달려 와서 차를 검사하고 팔아준다. 240개의 포인트를 세밀하게 검사하고 시험을 통과한 경우 일정 가격으로 한 달 이내 판매를 보장해준다. 한 달 내로 팔리지 않으면 직접 차를 구매해간다. 차량 소유주 입장에서는 중고차를 팔기 위해 딜러를 찾아가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이거나 인터넷에 올려서 차를 보러 온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는 트루카, 시프트 등 유사 중고차거래모델을 들고 나온 기업들이 급성장 중이다.

미국에 혁신 기업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유연한 규제시스템

미국에서 기존 업계의 틀을 깨는 이런 흥미로운 사업 모델이 계속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시장 규모가 한국보다 휠씬 커 그런 것도 있지만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규제 시스템이 유연하다. 안 되는 것만 규정해놓은 네거티브시스템이어서 작은 회사들이 해볼 수 있는 것이 많다.

현재 규제가 없는 영역이라면 일단 시작한 다음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고 나서 협의를 통해 규제의 틀을 새로 만든다. 또 중앙정부보다 각 주 정부별로 실질적인 규제를 하기 때문에 이 주에서 안되면 다른 주에서 해볼 수 있다. 혁신을 하는 데 있어서도 주 별로 경쟁이 붙는 것이고 그 사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

반면 우리나라는 촘촘한 규제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시도해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중고차 비교견적서비스를 했던 스타트업 헤이딜러는 곧잘 성장하다가 일정 규모의 오프라인 자동차경매장을 갖추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때문에 폐업에 직면했다. 위에 소개한 미국의 비피나 위퓨얼 같은 서비스가 한국에 온다면 복잡한 규제 때문에 비즈니스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이런 규제는 상상력을 위축시키고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내기 어렵게 만든다.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모험자본과 개방적인 소비자가 필요

두 번째로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에 과감히 투자해주는 모험자본 시스템이다. 설립한지 3년이 되지 않은 비피는 이미 1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일단 초기사업 모델이 검증되고 성장단계에 접어들면 벤처캐피털로부터 풍부한 자금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 투자자는 스타트업이 흑자를 내기보다 계속 적자가 나더라도 빨리 성장하기를 원한다. 막대한 자금과 함께 빠른 성장을 하는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한다. 이렇게 신생기업을 자본이 적절하게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대기업에 도전하는 성장기업들이 계속 등장한다.

세번째는 새로운 제품을 적극 사용하며 가치가 있다면 무형의 서비스에도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 문화다. 아마도 이것은 서비스에 팁을 주는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미국 사람들은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팁을 주는 식으로 서비스에 추가비용을 주는 것에 익숙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데 소비자들이 인색한 편이다.

결국 한국의 기업환경에서는 기존 업계질서에 도전하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사업을 하기 힘들다. 촘촘한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어느 정도 성장을 해도 투자를 받기 어렵다. 새로운 것을 사용하기 꺼리는 보수적인 대중의 입맛에 맞추기도 어렵다.

창조경제는 결국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계속 나와야 성공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소비자편익에 도움이 된다면 허용하는 쪽으로 규제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성장 스타트업에 좀 더 활발히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앞으로 5년, 10년뒤면 인공지능로봇과 무인자동차 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대가 된다. 한국 경제가 계속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활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틀을 깨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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