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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관광지 조성으로 변질된 도시재생 사업

입력
2016.0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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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인천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로 알려진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동구청(장)이 ‘옛 생활체험관’을 설치하려는 조례를 제정하려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가난마저 상품화하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등 호된 비난 여론에 부닥쳐 결국 백지화된 일이 있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당시에도 이를 자신의 책임과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고 담당부서로 돌리며, 사업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계획하고 추진한 ‘용기 있는’ 직원을 칭찬하고 격려해주겠다던 구청장은 여전히 ‘도시를 팔아 묵자’라는 관점에서 공무원들을 채근하고 있다. 스스로를 ‘변화’와 ‘개혁’의 주체로 자처하며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교훈도 얻지 못한 채 말이다.

이를 ‘과연 구청장의 돌출적인 과욕의 행보로만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무엇이든 돈벌이만 된다면 용서가 되고 성공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어긋난 풍조가 특정 개인에게 착종되어 나타난 것은 아닐까. 그러다 보니 목적만 옳다고 하면, 결과만 좋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자기 확신적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최근 도시 ‘재생’의 이름을 빌어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 더 한심하다. 과거 전면 철거식 재개발사업을 통해 상승된 부가가치와 그 이익의 나눠먹기 방식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자성을 통한 사고의 전환을 이루지 못한 채,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또 다른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사고가 당연시 되고 있다. 이젠 개연성 없는 스토리텔링으로 분칠한 외피로 관광지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왜 재생인가?’, ‘무엇을 위한 재생인가?’ 등 ‘재생’의 의미와 가치ㆍ철학을 제대로 정립하고 공유하지 못한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곡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비평 담론 또한 매우 취약하다 보니 이러한 사업의 결과로서 떠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몰려오기만 한다면 성공사례로 포장된다. 그리고 이른바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전국의 지자체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도시 ‘재생’은 기존의 도시 패러다임, 즉 성장이나 발전ㆍ편리ㆍ효율 등의 논리 및 그로 인한 온갖 사회적 환경적 폐해를 넘어서는 대안적인 삶의 가치와 형태를 도시 공간 및 삶 속에 지배 원리로 정착시키고자 하는 관점과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도시 구성원 및 도시 간의 경쟁을 통해 야기되는 온갖 낭비ㆍ소모ㆍ파괴적 행사와 사업 및 이의 악순환을 넘어 공존과 상생, 협력의 관계를 이루고, 이들 요소들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와 사회 또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을 힘겹고 피폐하게 만든 지배적인 사고와 논리에 대한 반성 없이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다시 복원하려 한다면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가 없는 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제대로 된 도시 ‘재생’을 위해서는 우리의 삶과 환경을 되돌아보는 성찰적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무엇을 이어가고, 새롭게 바꿀 것인지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가운데 ‘재생’, 즉 ‘다시 살리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하나의 도시를 바라보는 깊이 있는 안목과 지속 가능한 도시공동체에 대한 자기 비전과 실행 경험 및 역량, 이를 도시의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려는 구조와 태도,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그러한 면에서 앞서 소개한 인천의 동구청(장) 및 일부 지자체들의 모습은 도시 ‘재생’이 아닌, ‘재생’의 탈을 쓴 또 다른 ‘신개발주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도시 ‘재생’은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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