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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봄은 고향에서부터

입력
2016.02.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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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간 매번 12, 13일경에 부산을 찾게 됐다. 12월 말고는 모두 예정에 없던 일. 부산은 고향임에도 그다지 정이 가는 도시는 아니다. 외려 아픈 기억이나 상처들이 되새겨질 때가 많다. 하여, 꽤 오랫동안 찾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립다고 느껴본 적도 별로 없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남포동 거리나 자갈치 시장, 태종대 바위 같은 것들이 부지불식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립다기보다 꿈결 같았다. 나이 먹어가는 징후라고도 여겼다. 언제 한번 꼭 가봐야지 벼르던 참에 이상한 우연이 날짜까지 맞춰가며 이어질 줄은 몰랐다. 연유야 어떻든 겨울 동안 정확히 한 달 간격으로 해후하게 되는 부산이 왠지 각별하다. 공간이 주는 기억의 회생 능력은 오래 잊고 있던 중요한 약속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사춘기 때 꿈꾸거나 스스로 다짐했던 것들이 내가 나온 고등학교 통학로에서 돌연히 떠올랐다. 학교 아래 육교를 걷고 있는 열여덟 살 나의 환영. 어딘가 외롭고 허기져 보인다. 그때의 심정이나 꿈 따위가 너무 선명해 무서울 지경이다. 저 아이가 세 달 연속 같은 날짜에 나를 부른 걸까.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라는 건가. 육교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실제론 안 보이지만 내 과거의 모습이 현재의 내게 물리적으로 겹치는 기분. 그 아이와 함께 기차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밀려가는 부산은 봄이 코앞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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