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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재매각…KB금융·한국금융 인수전서 재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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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재매각…KB금융·한국금융 인수전서 재격돌

입력
2016.02.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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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지난 12일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KDB대우증권 인수에 나란히 실패했던 두 지주회사가 다시 맞붙으면서 현대증권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 금융지주가 작년 말 대우증권 인수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현대증권 인수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나란히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12일 각각 현대증권 매각 절차(실사)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사진=연합뉴스)

■ 현대증권, 이번엔 팔릴까

현대증권은 지난해 10월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PE)로 매각이 무산된 지 약 4개월 만에 다시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업계 안팎에선 작년에 한 차례 진행된 매각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재추진되는 것인데다,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만큼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는 관측이 많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작년 현대증권 인수전에는 뛰어들지 않았지만 이번에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꼽혀왔다. 당분간 현대증권 수준의 큰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3조3,0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증권 인수 시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의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비은행부문의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KB금융지주 역시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고객자산관리(WM) 업무의 수준을 높여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3조2,000억원 규모의 증권사로 현 상황에 남아있는 유일한 대형증권사 매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증권은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48.5% 증가한 2,971억원에 달하는 호실적을 거뒀고, 여기에 현대증권의 주가(주당 5,290원)가 연초 대비 18% 이상 급락한 것도 가격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에 팔린 KDB대우증권의 매각 대금은 2조3,853억원이었다. 대우증권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28배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로 1보다 낮을 경우 저평가된 자산으로 평가한다. 반면 현대증권의 PBR은 0.42배로, 대형 증권사로서 경영권 인수의 가격 메리트가 존재한다.

현대증권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들이 가진 0.13% 등 22.56%로 시가 기준으로 3,000억원 안팎이다. 현대그룹 측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을 기대하고 있다.

■ 현대그룹, "이번 매각, 현대상선 자구안의 일환"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의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각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PE)와 현대증권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오릭스가 현대증권 지분을 재매각할 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서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 논란이 일었고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업계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현대증권 매각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제3자에 매각되기 전 같은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대그룹은 이번만큼은 매각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매각은 현대상선의 자구안 일환"이라며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매각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논의할 차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올해 은행차입금, 회사채 및 선박금융 등 1조4,00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이를 위해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 현대증권 매각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구안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현대상선의 회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떨어뜨린 것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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