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직 첫 여성 고위공무원
송화숙 신임 서울소년원장
송화숙(57ㆍ여ㆍ사진) 법무부 치료감호소 행정지원과장은 지난 설 연휴 때 광주에서 커피숍 매니저로 일하는 A군으로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세배를 받았다. 송 과장은 2011년 안양소년원장으로 재직할 때 A군을 처음 만났다. 폭력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온 A군은 입원 뒤 할아버지가 사망하고 홀로 남은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A군과 동생을 돌보는 등 형편이 어려워지자 점점 침울하고 소심해졌다. 송 과장은 매주 한번 A군을 상담할 멘토를 소개했고 이후 면담이 지속되면서 A군은 웃음과 자신감을 되찾았다.
송 과장은 바리스타를 꿈꾸는 A군에게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자격증 취득 후 A군은 경기도 안양시에서 바리스타로 취직한 뒤 광주의 한 커피숍 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송 과장은 “A군이 소년원을 나선 뒤 사회에 정착하려면 자신감 회복과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돕게 됐다”고 밝혔다.
송 과장은 A군뿐 아니라 수많은 소년원생들을 사회에 정착시키며 ‘소년원생의 대모’로 불린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1986년 7급 경력공채를 통해 서울소년원에 중등 영어교사로 임용되면서 보호직에 입문했다. 소년원ㆍ보호관찰소 등에서 주로 일하는 보호직은 전체 인력 2,109명 중 5급 이상 여성이 27명에 불과할 정도로 대표적인 남성 중심 직군이다.
송 과장은 안양소년원 분류보호과장, 광주소년분류심사원장, 안산ㆍ안양소년원장 등을 역임했고, 2010~2011년 안양소년원장 재임 때는 소년원생들의 재범방지와 사회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희망도우미 프로젝트’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원내 취업교육과 퇴원 후 생활지도를 골자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소년원생의 재범률을 낮추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른 소년원으로 확대 시행됐다.
소년보호행정 분야에서 27년을 몸담은 송 과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1948년 법무부 창설 이래 여성 최초로 보호직 고위공무원에 임명되는 기록을 세웠다. 법무부는 15일자로 송 과장을 고위공무원으로 승진시켜 서울소년원장으로 발령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경성교정원으로 출범한 국내 최대규모 청소년 보호시설인 서울소년원에 여성 원장이 취임하는 것도 처음이다.
신임 송 원장은 “첫 근무지였던 서울소년원으로 다시 돌아와 원장으로 부임하게 돼 더욱 기쁘다”며 “사회ㆍ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소년원생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포부를 밝혔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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