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SK텔레콤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SK텔레콤의 사업 구조 개편 전망을 어둡게 보고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11월 중순 40% 밑으로 하락했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지난 11일 39.2%를 기록했다.
이는 2001년 1월 SK와 SK글로벌이 외국계 투자자문사인 시그넘Ⅸ에 SK텔레콤 지분 14.5%를 매각해 외국인 지분율이 34.5%에서 49.0%로 급등하고서 15년 만의 최저치다.
과거 SK텔레콤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정부가 1999년 7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한도를 33%에서 49%로 상향 조정한 후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 SK텔레콤 주가는 한때 500만원을 넘기도 했다.
썰물처럼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간 금융위기 때도 충격이 덜했다. 시장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2008년 하반기~2009년 상반기 평균 45.5%의 외국인 지분율을 유지했다.
최근 증시가 다시 불안해진 것을 고려해도 외국인 지분율이 4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경쟁사인 KT는 지난 11일 외국인 지분한도인 49%를 가득 채웠다. 기존 주주인 외국인이 주식을 팔지 않으면 다른 외국인이 주식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과 무관치 않다는 증권업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하반기 초까지만 해도 45%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사회를 열어 CJ헬로비전 M&A를 전격 의결한 11월 초 이후 40% 선을 내주고 회복하지 못했다.
이 무렵 CJ헬로비전 주식을 5.1% 보유했던 미국계 펀드 콜럼비아 웨인저 에셋 매니지먼트는 SK텔레콤의 주식 공개매수에 응해 지분을 전부 매각, 투자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SK텔레콤은 방송·통신의 융합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CJ헬로비전 M&A도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전략이라 주장하지만, 정작 외국인 투자자의 반응이 심드렁한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미디어 플랫폼 사업은 당장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 안 그래도 영업 환경이 나쁜데 CJ헬로비전 M&A 여파로 회사 매력이 더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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