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내 대표적 보수파인 앤터닌 스캘리아(79) 미국 대법관이 사망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이 1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텍사스 남부의 빅 벤드 지역의 자택에서 12일 밤 잠자리에 들었다가 13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을 공개 확인하면서 애도를 표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은 연방대법원의 성향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9인으로 구성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금까지 강경 보수파 스캘리아를 비롯한 보수파 5명과 진보파 4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신임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는데 대통령은 정치적 성향이 자신과 비슷한 법관을 지명한다. 따라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지명하면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연방대법원에서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공화당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신임 대법관 임명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에 승리하고 나면 보수 성향 대법관을 다시 임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 재직하기 때문에, 대법관 한 사람이 사망하면 대통령이 상원의회의 동의를 얻어 신임 대법관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충원된다. 형식상 상원은 대법관 임명을 거부할 수 있지만 매우 드문 일이다.
연방대법원의 움직임은 미국 내 정치지형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보수 성향 연방대법원은 9일 오바마 대통령의 탄소가스 감축 명령을 보류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재는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위법성 여부를 심리하고 있으며 판결은 올해 6월경에 나올 예정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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