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서 1,000년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 기쁨을 아낌 없이 드러냈다. 그는 키릴 총대주교를 포옹하며 “이번 만남은 신의 뜻”이라며 “우리는 형제”라고 감격스러워했다. 키릴 총대주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볼에 세차례 입맞춤을 하고 “이제 상황이 훨씬 잘 풀릴 것”이라며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총대주교는 약 3시간 동안 면담을 한 뒤 기독교의 통합을 다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두 지도자는 공동 성명에서 “1,000년 간 가톨릭과 정교회는 성찬의식의 교감을 박탈당했다”며 “우리는 통합의 손실을 비롯해 인간의 연약함과 죄의 결과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만남이 신의 뜻인 통합을 재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희망한다”며 “우리는 경쟁자가 아닌 형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국제 사회가 중동 등지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에 위협받는 기독교인을 돕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도 호소했다. 양 교회의 수장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 기독교 형제자매들이 몰살당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추가적인 희생을 막기 위해 조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역대 교황들이 터키를 방문해 동방 정교회 총대주교를 만난 적은 있지만, 정교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러시아 정교회 수장과 대면한 적은 1054년 기독교 교회가 동방과 서방으로 분열된 이후 처음이다.
두 종교 지도자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선물도 교환했다. 교황은 총대주교에게 두 교회에서 함께 존경 받는 5세기경 알렉산드리아 대주교 키릴로스의 유골이 담긴 성유물함과 성배를 건넸다. 총대주교는 수세기 동안 러시아의 수호자로 존경을 받아온 카잔 성모상의 복제품을 선물했다.
이번 만남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호 의장의 중재로 성사됐다. 교황은 쿠바를 거쳐 17일까지 멕시코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키릴 총대주교는 22일까지 칠레와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를 순방한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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