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기업에게 기존 대출 원리금의 상환을 유예해주고 남북경협 보험에 가입한 기업들에게 보험금을 즉시 지급하는 내용의 긴급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5개월여간 가동이 중단됐던 2013년과 비교해 보상 대책이 나아진 게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피해 대책으로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받은 기업들에게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고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110개 기업에게는 2,850억원 상당의 보상금을 즉시 지급하기로 했다. 보상금은 기업당 70억원 한도에서 투자손실액의 90%까지 제공된다.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는 긴급 경영안정자금이 지원된다. 기업은행을 통해 업체당 최고 5억원까지 1% 포인트 우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도 긴급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국세와 지방세, 전기요금 등 공과금의 납기 연장, 징수 유예 등을 해줄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대책을 접한 입주기업들은 실질적인 피해 보상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총회에서 정기섭 회장은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출 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내용이 3년 전 폐쇄됐을 때와 똑같다”며 “합당한 보상과 책임을 다 해야지 ‘돈 빌려준다’ ‘세금 좀 미뤄준다’는 것은 답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입주 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원ㆍ부자재와 제품들을 갖고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회장은 “정부가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일방적으로 기업에 통보했고 11일부터 출입을 통제했다”며 “제품 반출을 위해 1,000명 이상이 출경 신청했지만 11일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인원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자산동결 조치로 원ㆍ부자재와 제품을 반출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1차 책임은 정부가 일처리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중단 조치가 내려진 당일 통일부 장관과 간담회 때 입주기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협회는 ▦원ㆍ부자재, 완ㆍ반제품 등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기업대표단의 방북을 남북한 정부가 허용할 것 ▦경협과 평화공존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살릴 것 ▦개성공단 직원들의 생계 및 재취업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협회 대표단을 만나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피해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배상 요구에 대해서는 “실태조사가 먼저”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기업 대표단은 “개성공단에서 재고 물품을 반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북 접촉을 해달라”고 하소연 했지만 정부 측에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체류인원의 신변 안전이 최우선이어서 공단 가동 중단 소식을 미리 알려주기 어려웠다”며 “입주 기업들의 양해를 당부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