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중력파 검출기 구상 중
라이고과학협력단(LSC) 소속 과학자 1,000여명 중에 한국인도 14명 포함돼 있다.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릴 이번 중력파 검출 성과 논문에 이들이 공동저자로 함께 올라간다.
2009년부터 LSC와의 중력파 검출 실험에 참여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 소속 우리 과학자들은 라이고가 포착한 신호를 정밀분석하고 중력파 발생원을 컴퓨터로 모의 시험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 특히 라이고에 신호가 들어오면 3분 이내에 진짜 중력파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가동해야 하는데, 이들은 이 중 일부를 새로 개발해 성능을 향상시켰다. 또 라이고가 잡아낸 신호의 품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임무도 수행했고 중력파 발생원의 질량이나 주파수 같은 물리량을 측정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협력단 단장을 맡은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국내 모든 역량을 결집해 연구 참여를 신청했으며 LSC 구성원들의 투표를 거쳐 승인을 얻었다”며 “역사적 성과에 기여하게 된 점이 우리 과학계로서도 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4일 한국협력단 가운데 가장 먼저 중력파 검출 소식을 접한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명백하고 아름다운 신호를 본 뒤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한국협력단은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중력파 연구의 ‘틈새’를 우리만의 아이디어로 파고 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협력단은 라이고와 전혀 다른 방식의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 ‘소그로(SOGRO)’를 구상하고 있다. 소그로는 이번에 발견된 중력파와 다른 중력파 발견에 투입될 예정이다.
은하 중심부에 태양 질량의 100만배나 되는 엄청나게 무거운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낮은 주파수의 중력파가 발생한다. 그래서 소그로는 라이고가 관측할 수 있는 주파수(10~1,000헤르츠ㆍ㎐)보다 낮은 대역(0.1~10㎐)의 중력파를 검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이 주파수 대역의 중력파 검출 계획은 전세계에 아직 없다. 그만큼 우리 소그로에 대한 국제 과학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소그로로 무거운 천체에서 나오는 저주파 중력파를 포착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진행 중” 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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