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맨
그로 달레 글ㆍ스베인 니후스 그림ㆍ황덕령 옮김
내인생의책 발행ㆍ48쪽ㆍ1만3,000원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 4명의 무장 강도가 은행 직원들을 인질 삼아 경찰과 대치한다. 두려움에 떨던 인질들은 시간이 흐르자 차츰 범인들에게 동화되어 간다. 심지어 경찰들을 적대시하고, 구출된 뒤에도 강도들을 옹호하게 된다.
인질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심으로 인해 오히려 강도와 한편이라고 생각할 때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비상식적인 방어기제를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한다.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심리이기도 하다.
그림책 ‘앵그리맨’속 주인공 아이는 결코 아빠를 책망하지 않는다. 아빠 속에 앵그리맨이 살고 있다고 말한다. 분노로 활활 불타오르는 앵그리맨은 더 이상 아빠가 아니다. 집안이 흔들리고 무너진다. 엄마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귀를 찢는다. 숨조차 쉴 수 없는 아이의 두려움과 고통이 날 선 유리조각처럼 그려져 있다.
앵그리맨이 빠져나간 후, 오히려 엄마와 아이는 괴로워하는 아빠를 불쌍히 여기고 보살핀다. 아빠가 없으면 차는 누가 고치며 전구는 누가 갈아 끼울 수 있냐고 반문한다. 아빠에게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처지를 애써 합리화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폭력에 무기력해진 엄마는 아이에게 이 상황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아이는 입이 풀로 붙어 버린 것 같지만 온 힘을 다해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간다.
문밖의 사람들은 가정폭력에 갇혀있는 어린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약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즉시 응답하고 보호해야 한다. 폭행에 대한 처벌은 더욱 엄중해져야 할 것이다. 결국, 사회의 역할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다시 또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도와줘야 한다.
‘앵그리 맨’은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일상화된 방임과 언어폭력, 체벌 등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볼만한 화두를 던지는 그림책이다.
소윤경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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