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듀오를 제치고 빙속 왕좌를 탈환하라.”
‘빙속여제’ 이상화(27ㆍ스포츠토토)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1인자 자리를 놓고 ‘중국 듀오’ 장홍(28)-위징(31)과 물러설 수 없는 스피드 경쟁을 펼친다.
이상화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콜롬나에서 치러지는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500m 경기에 출격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 캘거리에서 훈련한 이상화는 지난달 귀국해 전국동계체전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뒤 지난 6일 러시아로 출국했다. 이상화는 대회가 열리는 콜롬나에서 현지 적응 훈련에 열중하며 ‘빙속여제’의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 2년 연속 우승(2012년ㆍ2013년)에 빛나는 이상화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500m 2연패를 완성하며 ‘빙속 여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무릎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5위에 머물러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다. 내심 대회 3연패를 노렸던 이상화는 실망이 컸지만 2015~16 시즌 월드컵시리즈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자존심을 지켰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에서 빼앗긴 500m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 여자 1,000m 경기 출전도 포기했다
이상화의 유일한 걸림돌은 장홍과 위징이 버티는 만리장성이다. 올 시즌 4차례 월드컵 500m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이상화는 5차 대회를 건너 뛰는 바람에 월드컵 랭킹에서 장홍에게 세계 1위를 내준 상태다. 물론 이상화(680점)와 장홍(690점)의 랭킹 차이는 단 10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 시즌 500m에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이상화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장홍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장홍은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지만 이번 시즌에는 500m에 집중하며 ‘이상화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장홍은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10번의 레이스를 소화하며 이상화와 같은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개인 기록도 이상화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기록(36초36)에 0.2초 뒤진 36초56까지 끌어올렸다.
경계 대상은 장홍만이 아니다. 2012년 세계선수권에서 이상화와 우승을 다퉜던 ‘백전노장’ 위징도 호시탐탐 500m 왕좌를 노리고 있다. 위징은 단거리 전문 선수로 2012년 1월 여자 500m 세계기록(36초94)을 세웠고, 그 해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이상화에 이어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위징의 세계기록은 2013년 1월 이상화(36초36)에 의해 깨졌다.
중국은 과거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쉐루이홍(1997년)과 왕만리(2004년ㆍ2005년)가 금메달을 따냈지만 이후 예니 볼프(독일)와 이상화에 밀려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한 만큼 이번 시즌 장홍과 위징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헤더 리처드슨(27ㆍ미국)이 이번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번 500m 경기는 자연스레 이상화와 중국의 대결로 좁혀졌다. ISU도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종목이 여자 500m라고 지목했다. ISU는 “두 번이나 우승한 이상화가 여자 500m에서 세 번째 타이틀을 노린다”며 “하지만 이상화는 장홍을 이겨야 한다. 이상화와 장홍은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나란히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홍의 팀 동료인 위징도 2개의 금메달을 따냈다”고 소개했다.
이상화가 출전하는 2016 ISU 종목별 세계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500m 경기는 14일 0시15분 SBS를 통해 생중계 된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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