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에서는 사용 금지된 표현이 있다. 소위 ‘비의회성 언어’(unparliamentary language)라는 것인데 주로 모욕, 욕설, 풍자 등이다. 이들 목록을 보면 106가지 표현으로 4쪽이나 된다. 교묘하게 비꼬거나 고의성 속임으로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맥에 따라 기존 106가지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악의적 언어를 사용하는 사례도 해를 거듭할수록 추가된다. 1876년부터 ‘금지어’ 목록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뒤 1977년까지 106가지 금지 기준이 만들어진 것인데 근래 40년 동안은 새롭게 추가된 것은 없지만 해마다 새로운 표현을 추가하자는 논란이 계속된다.
한국인이 보기에는 그리 심한 욕이 아닌 것 같은데 금지어가 된 것이 상당히 많다. 가령 각료나 동료 의원을 향해 ‘dishonest answers’(1968)를 한다고 지칭하면 이는 ‘부정직한 답변’이라고 판단한 것인데 인신공격으로 보는 것이다. 의사당에서 누군가를 향해 ‘악마 같은 천재(evil genius, 1962)라고 하거나 ‘You don’t have a spine’(1971)식으로 말하면 이는 ‘척추가 없다, 창자가 없다’는 직역의 의미가 아니라 실제는 겁이 많고 배짱이 없다는 폄하의 의미이기 때문에 금지어가 되었다 한다. 한국에서 정부 여당을 향해 ‘귀태 정부’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는데 영국에서는 ‘He came into the world by accident’(1886)처럼 말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의원직을 남용한다(abusing his position in the House, 1877)는 비판을 하거나 악명이라도 쌓으려고 튀느냐(seeking cheap notoriety, 1919)는 식의 비난도 금지어다.
그러나 눈여겨볼 내용은 ‘dishonest’라는 단어가 들어간 표현 ‘Dishonest answers’(1968) 등 십여 개가 금지어가 되고 ‘false’(거짓의)가 들어간 표현도 대부분 금지어가 된 점이다. 이외에도 단어 자체에 부정적 의미가 큰 경우 제외 대상에 포함시켰는데 그것도 단번에 한 것이 아니라 의회에서 문제가 되었거나 뉴스거리가 된 경우 그때그때 지정한 것이다. 금지 단어 중에는 illegal(불법적인), lies(거짓말), Nazi, offensive(무례한), theft(도둑), treason(반역), mislead(호도하다), arrogant(거만한), coward(비겁한 자), hypocrisy(위선), indecent(추잡한), untrue(허위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보기에 평이한 표현으로 보이는 ‘Not telling the truth’(1960)도 이미 금지어가 되었고 상대를 향해 ‘small and cheap’(조그맣고 하찮은)라고 말하거나 ‘무례한 발언’(rotten speech)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물론 이 외에도 대중의 욕설에 해당하는 ass, bullshit, crook, idiot도 금지되었다. 이러한 용어를 두고 의원답지 않은 언어라고 부르든 우리처럼 선진화법으로 부르든 ‘언어를 통해 의정 활동을 하는’ 직책에서는 어느 나라든 언어의 규제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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