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도서출판 펜타그램 대표
김수현ㆍ노희경ㆍ이금주 등
스타 작가 노하우 담아
예비 작가의 필독서로
원고 의뢰를 받았을 때 떠오른 생각은 ‘우리 출판사 마지막 책’이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이었다. 그만큼 출판계가 불황이라고 출판인 모두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는 시절이다. 1인 출판사 ‘펜타그램’의 첫 책은 2005년에 발간한 ‘드라마 아카데미’란 작법서다. 요즘의 펜타그램 출간 목록 계보와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망설이고 있던 나를 출판이란 세계로 이끈 고마운 책이다.
출판을 시작한 계기는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면 ‘100세 시대, 인생 2모작’에 대한 갈구였다. 당시 나는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며 생계를 해결하고 있었다. 하청 받는 일을 십수 년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고객의 요구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를. 더 늦기 전에 나의 생각이 온전히 반영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책 만드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기존 일을 때려치우고 시작하기엔 겁이 났다. 출판계에 있는 지인들에게 상의를 해보았지만 하나 같이 손사래를 쳤다. 출판 경력이 전무한 사람이 시작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로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결정적인 전환의 계기가 찾아왔다. 거래처였던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드라마 작법과 관련된 책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방송작가협회가 어디던가! 국내 유일의 방송작가 단체이자 20여 년간 교육원을 운영하며 신인 작가 양성의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기관이다. 현장에서 직접 창작 교육을 지도한 생생한 경험과 단계별 교육과정의 노하우를 담아 드라마 한류 시대에 걸맞은 작법 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더구나 참여하는 필자가 김수현, 노희경, 이금주, 박찬성이라는 당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라니!
출판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담당자를 만나 진심을 담은 제안으로 출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기획의 핵심은 기존에 나와 있는 무수히 많은 작법 책들과의 차별화였다. 그리고 1년간의 집필과 준비 끝에 드디어 우리 출판사 첫 책이 탄생하였다. 예상대로 호응은 높았고 지금까지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으로 읽히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첫 책의 출간 이후 기존 일을 병행하며 10여 권의 책을 더 발간하였고 2013년 드디어 전문 출판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회의 급진화에 도움이 되는 책, 개성이 있는 독특한 책, 편집자 스스로가 재미있는 책을 내보자는 원칙하에 조금은 ‘게으른’ 방식으로 출판이란 사회적 소통을 해보자고 결심한 것이다. 출판 등록은 10년이 넘었지만 펜타그램은 젊은 출판사다. 스무 번째 책을 편집하고 있는 지금 상업성이 더해가는 출판 현실에 끊임없이 흔들리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현재 만들고 있는 책이 ‘마지막 책’이라는 생각으로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넘어지지 말아야 하는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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