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모(61)씨는 지난달 16일 옛 연인 A(57ㆍ여)에게 “가스총과 흉기로 죽이겠다”는 섬뜩한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이별에 앙심을 품은 것이다. 김씨가 협박성 문자메세지를 보낸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간 1,600여건에 달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김씨를 협박 등의 혐의로 지난 10일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달 7일에는 연인의 이별통보에 격분한 20대가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협박 대상은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였다. 조씨는 이날 경남의 한 음식점에서 전 연인의 어머니를 만나 2,000만원을 달라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조씨를 협박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연인간 폭력(데이트 폭력)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에 나선 이후 부산경찰청 관내의 관련 피의자는 전년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3일부터 내달 2일까지를 데이트 폭력 집중신고 기간으로 정했다.
11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검거인원은 구속 1명, 불구속 입건 17명이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불구속 입건 인원이 1명 늘어난 수치지만 조사 중인 대상자가 17명이라 피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지역에서는 해마다 400~500건 가량의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총계는 다소 줄었지만 강력범죄인 폭행과 강간ㆍ강제추행은 늘고 있다. 폭행은 2011년 133건에서 지난해 31.6% 증가한 175건으로 조사됐고 강간과 강제추행도 이 기간 32건에서 39건으로 늘었다.
그 동안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과 달리 당사자간 문제로 치부된 것이 사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경찰은 데이트 폭력을 사랑싸움이 아닌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전담팀을 구성했다. 전담팀장은 각급 경찰서 형사과장이고 전담요원은 형사팀ㆍ여청수사팀 각 1명으로 구성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112신고와 인터넷, 스마트폰, 경찰서 방문을 통해 신고가 가능한 만큼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며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신고자에 대한 익명성을 바탕으로 피해자 구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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