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퇴직한 뒤 주식투자로 수억 원을 잃자 처지를 비관해 아내와 딸을 살해한 가장에게 징역 35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군에서 만기제대해 돌아온 아들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재판부에 약속하며 새 삶의 의지를 다졌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51)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박씨는 2009년 퇴직해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다 2011년부터 주식 투자로 생활비를 댔다. 그러다 2013년 7월부터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2억7,000만원과, 부모에게서 받은 5,000만원을 날렸다.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한 박씨는 2014년 12월 자신의 집에서 수면제를 탄 맥주와 우유를 각각 아내와 17살이던 딸에게 먹여 재웠다. 그는 아내가 아들의 방에서 잠들자 번개탄을 피웠지만 아내가 죽지 않자 전선줄을 목에 감아 숨지게 했다. 이어 딸의 방으로 가서 사지를 묶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5년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 10년이 늘어났다. 2심 재판부는 “범행의 사전계획성, 치밀성, 범행방법의 대담성 등에 비춰 죄가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박씨의 장인과 장모가 계속해서 딸을 죽인 사위에 대해 엄벌을 탄원한 것도 고려됐다.
박씨의 아들은 사건 당시 군에 입대해 화를 면했고 지난해 7월 만기제대해 재판부에 편지를 보냈다.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참담함을 느낀다.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 (중략)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 어떤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꿋꿋이 살아가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재판장에게 아버지 대신 용서를 빈다고도 했다. 재판장은 그의 서신을 읽고 “대견스럽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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