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4, 15시간 잠을 자는 개. 개를 키우는 반려인이라면 ‘개도 꿈을 꿀까’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반려인들은 반려견이 꿈을 꾸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잠꼬대라도 하는 듯 낑낑거리는가 하면 꼬리를 흔들거나 다리를 꼬기도 한다. 개가 꿈을 꾸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을까.
동물전문매체 바크포스트에 따르면 2001년 메사추세츠 공과대(MIT)의 매튜 윌슨과 켄웨이 루이는 연구를 통해 인간과 개의 뇌 구조가 유사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잠을 자는 동안 뇌파의 패턴과 활동성도 비슷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수면뇌파를 분석한 결과, 개들도 각각 꿈을 꾸는 렘(REM·빠른안구운동) 수면단계와 깊은 수면단계에 돌입했을 때 뇌파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또 개가 잠을 자는 동안 사람과 마찬가지로 불규칙적인 숨을 쉬고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모두 개가 사람처럼 꿈을 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개들은 보통 잠을 자기 시작한지 20분 이내에 꿈을 꾸는 단계에 들어가는데, 꿈의 지속시간과 횟수는 개의 크기와 연령에 따라 다르다. 치와와나 닥스훈트 같은 작은 개들은 보다 자주, 짧은 꿈을 꾸는 경향이 있는 반면 로트와일러, 그레이트 데인과 같은 대형견들은 최대 10분까지, 덜 자주 꿈을 꾼다는 것이다. 강아지들도 성견들보다 꿈을 자주 꾸는데 이는 뇌가 성장하면서 매일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들을 받아들이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들은 어떤 꿈을 꿀까. 연구자들은 개들이 공원에서 공 물어오기나 택배기사를 향해 짖기, 밥 먹기, 뼈다귀 묻기와 같은 일상적인 일에 대해 꿈을 꾼다고 밝혔다. 이는 잠을 자는 동안 행동을 억제하는 뇌의 부분인 뇌교(腦橋)를 비활성화시켰을 때 개들이 꿈 속에서 하고 있는 행동을 그대로 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꿈을 꾸는 것으로 보이는 개를 깨우려고 하면 개는 꿈에서 깨지 않으려고 한다. 꿈을 꾸는 동안 억지로 깨워 일어난 개들은 몽롱한 상태에서 깨어나며 그들이 꾼 꿈이 현실처럼 느껴지기라도 하듯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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