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독자를 난민촌에 던져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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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독자를 난민촌에 던져 넣다

입력
2016.0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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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신문 생존법 고민 컸던 NYT

지난해부터 가상현실 보도 새 도전

남수단, 레바논 등 현장 360도 촬영

체험도구 받은 독자에 생생히 전달

기업들 후원으로 제작비용 제로

“경쟁 상대는 신문 아닌 방송”

미 언론사 뉴욕타임스가 배포한 구글의 VR 기기 '카드보드'에 스마트폰을 끼우면 NYT VR의 가상현실(VR) 동영을 볼 수 있다. NYT VR 홈페이지

1851년 설립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경쟁사 워싱턴포스트(WP)와 함께 미국 언론의 상징 같은 매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도 디지털 시대를 맞아 신문 구독자 감소라는 어려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곧 생존의 문제로 보고 혁신에 착수했고 이들의 고민을 담은 내부 보고서가 2014년 인터넷에 유포돼 화제가 됐다. 보고서의 골자는 종이 신문이 아닌 디지털 뉴스 생산에 가용 역량을 투입하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고 저널리즘에 투자해 충성 독자를 확보하라’는 목표 아래 디지털 뉴스에 총력을 기울여 유료 온라인 구독자 수가 자체 집계 결과 지난해 말 약 109만4,000명까지 늘어났다. 지난 4분기에만 역대 분기 최대치인 5만3,000명이 새로 추가됐다.

아울러 지난해 온라인 분야의 광고 매출도 1억9,700만달러(약 2,367억원)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신문 광고 매출이 8% 감소해 총 광고 매출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온라인 광고 증가에 고무된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온라인 매출을 2020년까지 8억달러(약 9,570억원)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가상현실(VR) 보도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NYT VR’를 내놓고 뉴욕타임스 신문 구독자들에게 스마트폰에 덧씌워 360도로 촬영된 영상을 볼 수 있는 구글의 저가 VR 도구 ‘카드보드’를 나눠 줬다.

구글이 싼값에 내놓은 가상현실(VR) 체험기기 '구글 카드보드'는 골판지로 만들어졌다. 스마트폰에 씌워 쉽게 VR체험이 가능하다. 아래 사진은 미국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카드보드를 이용하는 장면. 유튜브 캡처

이와 동시에 공개된 전쟁 난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영상물 ‘난민’은 뉴욕타임스의 VR보도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 줬다. 난민 공개 당시 뉴욕타임스의 VR 보도 전략을 총괄하는 제이크 실버스테인 뉴욕타임스 매거진 편집장은 “뉴스 전달 매체가 종이 신문에서 라디오, TV로 바뀌어 왔다”며 “VR도 비슷한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스테인 편집장을 최근 뉴욕 맨해튼 8번가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본사에서 만났다. 뉴욕타임스는 내부에 VR 팀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팀을 신설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전사적으로 역량을 동원한다. 정확히 구분하면 뉴욕타임스 주말판인 매거진 주도로 움직인다. VR는 새로운 분야여서 시험 기간이 필요해 독립적이고 자체 편집 시스템을 갖춘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기획, 제작 및 유통을 총괄한다. 실버스테인 편집장은 “VR 전담 인력은 10명 정도”라며 “인원은 적지만 왜 우리가 VR보도를 해야 하고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정예 멤버들”이라고 소개했다.

미 언론사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가상현실(VR) 동영상 '난민' 속 장면. 스마트폰을 끼운 구글의 VR 기기 '카드보드'를 착용한 채 앞을 보면 소년이 있고(위) 고개를 뒤로 돌리면 소년 뒤 쪽의 폐허가 보인다. NYT VR 영상 캡처

뉴욕타임스가 VR 보도를 논의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VR는 기존 미디어 기업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여서 VR 경험이 많은 구글과 장기적 협업을 모색했다. 동시에 시범 영상인 ‘뉴욕 걷기’(Walking New York)를 제작했다. 실버스테인 편집장은 “뉴욕 걷기 결과물이 꽤 만족스러워서 바로 VR 진출을 확정했다”며 “하지만 기존 뉴욕타임스 앱에 VR 메뉴를 결합할지, 앱을 따로 제작한다면 책임 부서는 어디가 돼야 할지, 콘텐츠 제작은 누가 총괄 할지 등 각종 고민 해결에 3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남수단, 레바논, 우크라이나 세 곳에서 시작된 첫 VR 영상 난민의 촬영은 총 6주가 걸렸다. 이후 카드보드를 어떤 방식으로 나눠줄지, VR 시청 방법을 어떻게 가르칠지 등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11월에 난민을 공개했다. 실버스테인 편집장은 “매일 집으로 배달하는 신문의 배송 시스템이 모든 독자들에게 카드보드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올해는 모든 온라인 독자들에게도 카드보드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8번가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본사에서 제이크 실버스테인 뉴욕타임스 매거진 편집장이 가상현실(VR) 보도 전략을 밝히고 있다. 뉴욕=이서희기자

아직까지 뉴욕타임스는 VR 영상에 광고를 붙이지 않고 있다. 독자들은 카드보드를 무료로 받고 콘텐츠까지 공짜로 보는 셈이다. 그런데도 실버스테인 편집장은 “VR보도는 전혀 손해보지 않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비결은 기업의 직간접적 후원이다. 뉴욕타임스가 시험 삼아 만들었던 ‘뉴욕 걷기’를 제외하고 모든 VR 영상 제작을 기업들이 후원했다. 미니쿠퍼ㆍ제너럴일렉트릭(GE)ㆍ루프트한자ㆍ캐롤 등과 만든 네 편의 영상은 아예 기업의 의뢰를 받아 광고용으로 만들었다. 실버스테인 편집장은 “많은 기업들이 회사 홍보와 브랜드 철학을 전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VR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며 “여태까지 후원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VR가 기사를 대체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본다. VR는 이용자가 사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현장감을 제공하지만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의 VR의 영상들은 소재와 내용이 모두 주말판(매거진) 커버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실버스테인 편집장은 “주말판 기사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VR을 만든다”며 “하지만 글로 쓴 뉴스를 대신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뉴욕타임스는 향후 VR이 방송, 즉 동영상 뉴스의 경쟁력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뉴욕타임스가 VR로 겨냥하는 경쟁 상대는 신문이 아닌 방송이라는 뜻이다. 실버스테인 편집장은 “카메라가 비추는 장면만 볼 수 있는 기존 영상 뉴스와 달리 VR는 이용자가 중심이 돼 현장의 상하좌우를 볼 수 있어 더 투명한 보도가 가능하다”며 “우리는 전쟁 현장이나 우주처럼 이용자가 직접 갈 수 없는 모든 장소를 VR로 생생하고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뉴욕=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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