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에 춘제(春節ㆍ설) 기간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해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최대명절인 춘제를 맞아 중국인들이 짙은 화약연기를 내뿜는 폭죽을 대거 터트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춘제 연휴 후반부에 접어든 11일 베이징의 초미세먼지농도(PM 2.5)는 지역에 따라 160∼190㎍/㎥를 기록하는 등 200㎍/㎥ 수준에 육박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허용한 기준치의 6∼7배에 달하는 수치다. 앞서 베이징에서는 연휴 첫날인 7일 밤 한때 초미세먼지농도가 낮 시간대의 10배 이상인 400∼600㎍/㎥까지 치솟았다.
베이징의 공기질지수(AQI)도 11일 ‘심각(重度) 단계’의 오염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외에도 허난(河南)성 저우커우(周口),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투루판(吐魯番) 등 전국 곳곳에서도 심각한 공기오염이 발생했다. 북경만보(北京晩報)는 “베이징에서 올해 원숭이해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가장 심각한 스모그가 습격했다”고 전했다.
춘제 기간 발생한 스모그는 대규모 폭죽놀이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은 춘제가 되면 집안에 악귀를 내쫓는다는 의미로 곳곳에서 폭죽을 터트린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극심한 스모그로 공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폭죽놀이 자제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에 따라 베이징의 올해 폭죽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4% 줄어들어는 등 다소 하락했지만 공기오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베이징시 당국은 폭죽으로 대기 질이 급격히 떨어지자 시민에게 폭죽놀이를 자제하거나 폭죽 사용량을 줄이라고 요청했지만 폭죽놀이는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시내 곳곳에서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곳곳에서는 춘제 연휴기간 폭죽을 터뜨리는 밤 시간대에 대기질이 악화되고 낮에는 다소 호전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관광지는 전국적으로 모여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베이징 시내 130개 관광명소에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 늘어난 171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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