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리버풀 팬들이 승리했다. 11일 리버풀FC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2016~17시즌 최고가 매치데이 티켓 가격을 59파운드(약 10만원)로 동결한다. 또 일반석 티켓 수익이 그 전과 비교하여 늘어나지 않도록 티켓가격을 재조정한다”고 밝혔다. 리버풀은 메인 스탠드 증축공사로 발생한 비용을 상환하기 위해 입장권 가격을 77파운드(약 13만원)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리버풀 팬들은 단단히 뿔이 났었다. 이들은 항의의 표시로 지난 7일 벌어졌던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심판이 휘슬을 분지 77분만에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경기장을 떠나는 시위를 벌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구단은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티켓 값을 동결하기에 이르렀다.
77파운드라는 티켓 가격이 충성심 높기로 소문난 리버풀 팬들을 경기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만들었는지 경영진들은 생각하지 못했다. 잉글랜드 축구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선수부터 구단의 작은 것까지 너무 거품이 심하다’라고 느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팬들은 지갑을 열었다. 돈을 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기에 소유주 입장에서는 굳이 수익률을 내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전에 원정석 가격을 30파운드로 동결하자는 안에 20개의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 상위 7개팀이 반대했고 이는 프리미어리그 시장이 팬들의 주머니 속 사정보다 수익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EPL내에서 평균 원정이동거리가 가장 먼 구단인 스완지 시티는 이번 시즌 전 원정 티켓 가격을 22파운드로 상한선을 두었다. 그러나 아스날을 비롯한 ‘빅 클럽’들은 원정 티켓 가격이 50파운드를 상회한다. 2014~15시즌 아스날의 시즌권 중 가장 싼 가격은 1,014파운드(약 177만원)였고, 가장 비싼 시즌권은 2,013파운드(약 351만원)였다.
축구 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구단주들이 수익성 이상의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종의 ‘횡포’와 같다. 노동자 계급이 근간이 된 잉글랜드 축구에서 무분별한 티켓 값 인상은 팬들로 하여금 ‘돈이 전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따라서 FSG(리버풀 구단주)의 티켓 값 동결은 의미가 크다. 리버풀의 전 수비수 제이미 캐러거(38)는 “리버풀 팬들은 선덜랜드전에서 77분에 집단 퇴장시위를 벌였고, 그들이 던진 문제의식은 FSG로 하여금 (티켓 가격)긴급수정을 해야 한다고 깨닫게 했다. 퇴장시위는 보기 좋지 않았지만 그건 자신들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축구팬들을 위한 것이었다” 라며 “FSG의 행동은 용기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내 클럽에 대한 자긍심을 느낀다. 자긍심은 서포터로서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버풀 팬들의 집단 시위에 따른 티켓 값 동결은 구단이 서포터즈들이 요구한 소통에 응했다는 증거이며, 이 동결이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에도 변화의 움직임을 가져올 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리버풀 홈페이지에 게시된 FSG의 사과문
아주 고된 한 주였습니다. 2016~17 시즌 티켓 가격 상향 건으로 인해 고통 받으신 모든 팬들께 FSG그룹과 리버풀 구단의 모든 사람들을 대신하여 사과드립니다. 저희 3명은 구단이 서포터들을 위하지 않으며 단지 탐욕스럽고 서포터즈들 개개인을 착취해 구단의 이득에 사용한다는 의식을 당혹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은 정 반대입니다.
구단을 인수한 첫 날부터, 이렇게 뛰어난 구단을 돌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특권이라 여겼고 리버풀 FC를 축구계의 최정상에 올려 놓기 위한 일념만으로 달려왔습니다. (중략) 우리는 구단으로부터 단 1페니도 취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희는 큰 금액을 투자하여 스쿼드를 향상시키고 리버풀 구단의 인프라를 현대화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FSG가 새로운 메인 스탠드 증축에 1억 2,000만 파운드를 투자한 것으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더 많은 팬들께서 안필드를 찾으실 수 있도록 함과 매출을 늘려 우리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진 클럽들과 재정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메인스탠드가 8월에 완공된다면 이러한 목표들을 성취하기 위한 첫 걸음을 떼는 것이고, 우리가 2010년 구단을 인수했을 때 했던 약속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2016~17시즌 티켓 가격(계획) 결정 과정에서 깊이 관여했습니다. (중략) 우린 이번 티켓정책에서 팬들의 관심사들을 성공적으로 다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팬들에게 제대로 수용되지 못했고 심지어는 이 모든 계획이 구단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에 낙담했습니다. 오히려 우린 티켓정책의 일부분은 우리가 옳았다고 봅니다. 반면 정책의 일부는 우리가 틀렸습니다. (중략) 하지만 티켓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은 우리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게 해줬습니다. 많은 분들이 77파운드라는 최고가 가격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여줬고, 클럽이 일반석 가격인상을 통해 수익을 증대하는 것을 멈추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했습니다.
여러분의 메시지는 전달됐습니다.
리버풀 운영진들과의 심도 깊은 논의 끝에 우리는 2016~17시즌 티켓 정책에 대대적인 수정을 결정했습니다. 개선된 티켓 정책에 대한 우리의 전념을 전달하고자 이 정책은 올 시즌과 다음시즌, 두 시즌간 유지될 것이며 이 두 시즌 동안 리버풀은 일반석 티켓판매로 한 푼의 수익증가도 얻지 않을 것입니다.
리버풀 풋볼 클럽과 팬들간의 유일무이하고 신성한 관계는 언제나 우선순위였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이 클럽의 심장과 같습니다.
존 W 헨리, 톰 워너, 마이크 고든
박기수 인턴기자(한국외대 스페인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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