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복지비의 1.9%로 청년들의 좌절감과 원망을 달래려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정부 여당이 제동을 걸고 있는 청년배당 등 이른바 ‘성남 3대 무상복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시장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5일 시청 집무실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무슨 산하기관이나 하급기관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조목조목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노동문제나 남북통일 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지자체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현안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싶다”고 했다.
차기 경기도지사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선 “이제는 (자신이)무슨 길을 선택하는 단계가 아니라 국민이, 대중이 정해준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답을 내놨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청년배당, 공공산후조리, 무상교복 등 ‘3대 무상복지’ 정부여당의 반대가 심하다.
“정부에서 성남시를 정부의 산하기관, 하급기관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못해서 성남시가 하면 잘한다고 칭찬 해야지 그걸 왜 막나. 성남시는 이미 아낀 예산으로 보육복지, 노인복지, 교육복지를 확대해 왔고 거의 마지막 수순으로 3대 무상복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보장기본법 등을 따르지 않았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현재 사회보장기본법은 악법이 아니다.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사업을 할 때 정부와 협의하고, 안 되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하는 결과를 반영(그는 반영의 의미는 일부 의견을 넣어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하라고 규정된 합리적인 법이다. 문제는 이 괜찮은 법을 정부가 악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조정한대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며 법 조항을 마음대로 해석한 뒤 재정 패널티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선량한 법을 악법으로 만든 것은 정부다. 악법을 안 지킨 것이 아니라 좋은 법을 정부가 악법으로 만들어 강요하고 있다.”
-청년배당처럼 보편복지의 수혜대상으로 청년층을 선정한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과거와 같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청년이 건강했고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세대 중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전락했다. 아버지들 세대보다 더 암흑기다. 청년이 가진 좌절감과 원망, 원한을 달래고 역량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자신의 가족들이 낸 세금으로 사회가 당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고 싶다. 한해 사회복지 예산(5,779억원)의 1.9%(113억원)를 청년에 투자하는 것이 그렇게 잘 못된 일 인가.”
-지자체간 부익부빈익빈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적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이미 재정교부금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성남은 주어진 예산으로 빚 갚고 복지하겠다는 것이다. 성남이 다른 곳에서 돈을 빼앗아 온 것이 아니다. 우리를 모범사례로 삼아야지 튄다고 공격하면 안 된다.”
-무상복지 이외에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노동과를 신설해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과도한 노동시간, 최저임금 불 준수 등 노동현안에 대해 자치단체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싶다. 재벌과 대기업이 지나치게 소득기회를 독점하고 못 가진 사람의 주머니를 털어가면서 경제흐름이 아주 나빠지고 양극화가 심화했다.
또 하나는 남북교류 문제다. 통일과 평화정착은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가는 거의 유일한 탈출구다.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물가는 싸고, 자원도 엄청난 북한과의 통일은 당위성을 떠나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경제영역을 확대하는 절체절명의 수단이다. 중국 심양, 장춘 등 국제자매도시 등과 3자간 협력을 추진하겠다.”
-일자리, 고용문제 본질적 해결책이 있다고 보나?
“최저임금을 어기는 기업들을 단속하면 된다.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가 200만 명이 넘는다. 근로자들을 쥐어짜는 기업, 약속 지키도록 하면 급여소득은 올라간다. 법정근로시간 어기는 기업의 근로자도 357만 명이 넘는다. 이 기업들에서 정상적으로 근로자들을 고용하면 적게는 10만 명에서 많게는 60만 명을 더 채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왜 법을 안 지키도록 놔두는가? 기본과 원칙이 적용되면 일자리는 생길 수 밖에 없다.”
-3대 무상복지, 남북교류 등 큰 틀의 정책들이 차기 도지사나 대선으로 가기 위한 실험이라는 예상도 있다.
“지금은 도지사나 대선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현재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여러 길이 생긴다고 믿는다. 미리 정할 필요 없이 총력을 다하는 것이다. 이제는 제가 길을 선택하는 단계가 아니라 국민이, 대중이 정해준 역할을 해야 할 시점으로 점점 가고 있다. 스스로 노를 저어서 가는 방향을 정하는 것 보다는 큰 강물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
-선관위가 성남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에 대해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고발했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기득권 지키기의 일환이라고 본다. 보수 언론으로부터 칭찬받은 적이 없다. 종북몰이, 불륜몰이, 패륜몰이 등등…. 이걸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 SNS를 통해 대중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었다.
형평성의 문제인 만큼, 현재 다른 국가기관 등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다 확인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도지사와 시장ㆍ군수, 장관, 국무총리 등이 운영하는 SNS 다 뒤져보고 있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살림 열심히 잘 해서 세금 낭비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모두 돌려주겠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국민의 권리다. 필수비용을 최소화해 따뜻한 복지로 돌려주는 게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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