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이후 미국 공화당 진영의 대선 예비경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세론’을 형성하며 앞서 나가자 군소 후보의 중도 포기 선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에 이어 10%대 중ㆍ초반의 지지율로 2~5위를 기록한 기성 정치인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0일)를 대비한 전열 재정비에 들어갔다.
10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경선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크리스티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약간의 후회도 없이 경선 레이스를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피오리나도 “비록 경선을 중단하지만 이 나라를 계속 돌아다니며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중도 포기로 경선 시작 당시 최대 17명에 달했던 공화당 후보는 6명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언론들은 살아남은 중위권 후보 중에서도 한 두 명은 선거자금 부족으로 경선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햄프셔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참여를 선언한 6명 후보는 각기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약점 보완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전날 승리로 명실상부한 선두주자 입지를 굳힌 트럼프는 막말ㆍ욕설로 상징되는 저질 이미지 탈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지금과 다르게 (점잖고 품위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상원의원은 “공화당 경선이 나와 트럼프의 양자 대결로 흐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가 보여준 것은 나만이 트럼프를 무찌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선 4위로 탈락 위기를 모면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우리 캠페인은 아직 죽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여전히 잘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선 판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뉴햄프셔에서 마르코 루비오(5위)를 이긴 걸 계기로 자신이 공화당 주류의 지원을 받는 대표 후보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상원의원은 프라이머리 직전 TV토론 실패가 뉴햄프셔에서 부진했던 이유라고 인정했다. 루비오 의원은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더 잘할 수 있단 걸 알았기 때문에 실망스럽다”며 “토론에서 상대 후보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한 것이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공화당 경선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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