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원씨-김보경(오른쪽)/사진=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2년차인 김보경(30ㆍ요진건설)은 아버지와 함께 그린 위를 거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아버지 김정원(61)씨는 벌써 10년 넘게 딸의 캐디백을 메고 있다. 김보경은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캐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털어놨다.
김보경은 "데뷔할 무렵 주위 선수들은 전문 캐디를 고용하기보단 부모님과 함께 필드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도 그렇게 캐디 일을 시작하셨다"고 운을 뗐다. 기자는 2년 전 김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직접 골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은 없는 편이다"고 한 김씨의 당시 인터뷰를 전하자 김보경은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아버지가 캐디백을 멘 이유에는 캐디 고용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골프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캐디 일을 하시게 됐다"고 답했다.
김씨는 딸이 중학생이었을 때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았다. 김보경은 "캐디백을 메신 이후로는 건강을 유지하셨다. 필드에서 많이 걸으셔서 관절에 종종 무리가 가긴 했지만, 건강하신 편이다"고 말했다.
김보경은 "아버지는 눈빛과 행동만 봐도 제 상태를 알아채신다. 경기 중 잔뜩 긴장한 것 같으면 '긴장하지 말아라'나 '편하게 쳐라'고 다독여주신다"고 고마워했다. 물론 모든 대회를 캐디 아버지와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1년에 1~2개 대회에선 친구나 하우스캐디와 경기에 나선다"고 김보경은 말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경기하다 보면 서로 티격태격할 때가 있다. 의견이 안 맞거나 실수를 할 때는 둘 사이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기도 한다. 친구나 하우스캐디와 호흡을 맞출 때는 그런 경우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샷 실수나 정신력과 관련해 아버지의 조언을 받지 못하는 건 친구나 하우스캐디와 경기할 때의 아쉬운 점이다"고 강조했다.
▲ 김정원씨-김보경(오른쪽)/사진=KLPGA 제공.
김보경은 '효녀 골퍼'라는 수식어에 대해 멋쩍어 했다. 그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은) 다른 선수들도 다 마찬가지다. 예전에 우승 소감으로 아버지의 건강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게 이슈화가 돼서 그렇지 다른 선수들도 다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고 겸손해했다.
김보경은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대화를 나눌수록 정감이 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구수한 부산 사투리와 목소리에는 세심함과 다정함이 서려 있었다. 집안에서 장녀인 그의 답변 하나 하나에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묻어났다.
오랫동안 캐디백을 메어주신 아버지가 본인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애정 표현에 서툰 김보경은 처음에 "허허허" 너털웃음만 지으며 부끄러워했다.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자 기자가 한 번 더 물었다. 한참을 생각한 김보경은 "그냥 아빠죠. '아빠'라는 위대한 이름으로 정의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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