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지대인 해발 6,000m 카슈미르 시아첸 빙하지대에서 눈사태를 만나 8m 두께의 눈 더미 아래 갇혀있던 인도군 병사 1명이 사고 6일 만에 생환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시아첸의 기적’이라고 칭하며 영하 45도에 달하는 고산지역에서 살아 돌아온 하나만타파 코파드 일병의 생존기를 소개했다.
지난 3일 밤 코파드 일병은 동료 병사 9명과 함께 파키스탄군과 대치 중인 시아첸 빙하지대 최전방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시작했다. 까마득한 빙벽과 최저 영하 70도까지 떨어지는 추위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차가운 전쟁터’라는 별칭을 얻은 시아첸에는 이튿날 새벽 폭설이 쏟아졌고, 코파드 일행은 순식간에 눈 더미에 파묻혔다. NYT는 당시 상황에 대해 “높이 800m에 달하는 빙벽이 인도군 초소로 무너져내려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됐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생존자 구조를 포기했던 인도군 구조대는 결국 엿새 동안 빙벽을 오르내린 끝에 9일 밤 꽁꽁 얼어붙은 실종 병사 10명을 눈 더미 속에서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 중 코파드 일병을 제외한 9명은 이미 동상으로 절명한 상태. 희미하게 숨이 붙어있던 코파드 일병은 다행히 눈 더미 아래 공기 주머니 속에서 산소를 공급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폐렴과 동상으로 군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파드 일병을 방문해 “생환을 이끌어낸 인내심과 불굴의 정신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라며 코파드 일병의 귀환을 축하했다.
NYT 등 외신은 “코파드 일병의 기적으로 시아첸 빙하지역에서 1984년 이후 영유권 다툼을 이어온 인도와 파키스탄의 현실이 주목을 받게 됐다”라며 “하지만 살인적인 환경에서 목숨을 내놓고 서로 총을 겨누는 군인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효정 인턴기자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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