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에도 불구하고 파생결합증권의 발행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겼다.
11일 금융당국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주가연계증권(ELS)과 DLS(좁은 의미의 파생결합증권)를 합친 총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0조1,05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ELS 발행 잔액은 68조3,314억원, 석유ㆍ금·은 등 상품가격과 금리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한 DLS 발행 잔액은 31조7,743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98조4,090억원이었는데, 올해 들어 한 달 남짓한 기간에만 1조7,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추가로 들어온 것이다. ‘원금손실구간(녹인배리어ㆍknock-in barrier) 진입 공포’가 여전하지만 거꾸로 국제 주가와 유가가 크게 하락한 지금이 오히려 파생결합증권 투자의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11년 연 3.25%를 정점으로 찍고 하락하다가 급기야 작년에는 사상 처음 1%대까지 내려가는 등 저금리 추세가 이어진 점도 7% 이상 높은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는 파생결합증권 판매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미국을 비롯한 금융 선진국에서는 파생 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파생결합증권 시장의 급팽창은 세계 조류와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ELS와 DLS의 주요 기초 자산으로 쓰이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H지수)와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은 녹인에 진입한 뒤 조기상환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을 입게 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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