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나 유통 과정에서 쌓인 재고물량을 제외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가 올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재고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2.6% 증가했는데, 재고가 기여한 부문을 제외하면 국내 경제가 1.5% 성장하는데 그쳤다는 뜻이다. 지난해 재고의 성장 기여도는 2010년(3.4%포인트)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재고의 성장 기여도가 높다는 것은 기업이 생산한 물건이 그만큼 소비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재고 증가가 ‘생산 감소→투자 위축ㆍ고용 감소→경기 회복 지연→재고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통계청이 집계하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제조업 재고율 지수는 129.6으로 국제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129.9) 이후 6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가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부진이다. 국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지난해 7%대 성장 시대에 종언을 고했고, 신흥국들은 중국 경기 둔화와 저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 경제의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재고 증가세가 3개 분기 이상 진행된 적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에는 재고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생산 둔화와 성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1%, 3.0%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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