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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화한다

입력
2016.0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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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마다 양식 달라 환자 불편

심평원, 연내 표준서식 마련키로

서울의 대형병원에 2년간 입원한 남편의 진료비 세부내역서. 처방명, 총 투여량 등이 수백개 적혀 있으나 처방일은 표시돼 있지 않아 언제 어떤 약을 처방 받았는지 알 수 없다. 김정숙씨 제공
서울의 대형병원에 2년간 입원한 남편의 진료비 세부내역서. 처방명, 총 투여량 등이 수백개 적혀 있으나 처방일은 표시돼 있지 않아 언제 어떤 약을 처방 받았는지 알 수 없다. 김정숙씨 제공

지난해 초 김정숙(55ㆍ가명)씨는 서울 소재 대형병원에서 남편의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받아보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언제 어떤 검사를 받아서 얼마가 나왔다는 게 궁금해서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발급받았는데, 처방일이 쏙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장기 이식 수술을 받고 2년 가까이 입원해 있던 터였다. 김씨는 “날짜 없이 처방명과 금액만 수백개가 나열돼 있어 도통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며 “이걸 보고 어떻게 진료비가 제대로 청구됐는지 파악할 수 있느냐”며 하소연했다.

정부가 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올해 안에 손보기로 했다. 표준 서식 없이 병원마다 들쑥날쑥인 세부내역서로는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에 따르면 심평원 의료정보표준화사업단은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중순부터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화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복지부와 심평원을 대상으로 ‘환자가 필요한 진료비 세부내역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서식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것을 수용한 결과다. 심평원 관계자는 “기재 방식이 간단한 곳도 많고 병원마다 용어가 다르다 보니 환자들이 내역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권익위 안을 토대로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쳐 연내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료비 세부내역서는 언제 어떤 치료를 몇 차례 받아서 해당 비용이 청구됐는지, 환자가 부담한 돈은 얼마인지 등을 알기 위해 환자가 따로 병원에 요청해 발급받는 서류다. 지금까지 표준 서식이 없어 환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예컨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과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구분하지 않아 실제로 환자가 얼마를 부담했는지 알 수 없거나, 비급여 항목을 기재할 때 병원 자체 코드를 사용해 심평원의 ‘진료비 확인 자가점검서비스’를 통해 적정 수준의 진료비를 낸 것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진료 내역에 의문이 있거나, 진료비가 과다하다고 생각할 경우 세부 내역서를 떼 보게 되는데, 병원마다 양식이 다르고 날짜 등을 기입하지 않아 환자의 알 권리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한병원협회는 “행정적으로, 또 비용적으로 병원의 부담이 너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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