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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에 ‘사드’로 맞불 놨지만… ‘美中 신냉전’의 한복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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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에 ‘사드’로 맞불 놨지만… ‘美中 신냉전’의 한복판으로

입력
2016.0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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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ㆍ미사일 폭주에 대해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카드로 맞대응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북한의 고도화하는 핵ㆍ미사일 능력을 억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군 당국 설명이다. 하지만,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되는 수순이라는 점에서 동북아 안보 정세에 미치는 파급력은 치명적이다. 미국을 등에 업은 강경 압박책으로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견인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사드 배치는 오히려 중러의 강력 반발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동북아 신냉전을 초래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어, 동북아 정세가 중대 기로에 들어선 형국이다.

국방부는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5시간30분 뒤 미국과 사드 배치를 공식 협의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사드가 북한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언급이지만, 사드가 지닌 전략무기의 특성과 최근 전개되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을 고려하면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사드는 단순하게 보면 중거리ㆍ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하강국면(종말단계)의 상층(40~150km)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어체계지만, 미국이 추진하는 MD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사드와 더불어 미사일의 상승ㆍ비행단계에서 요격하는 GBI와 이지스함의 SM3, 하강단계 하층에서 요격하는 패트리어트(PAC-3)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4중의 요격 시스템과 적 미사일의 동향을 정밀 추적ㆍ탐지하는 각종 레이더망으로 물샐 틈 없는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일본과 함께 북핵 위협을 내세워 동북아 지역 MD 협력을 가속화하면서 한국의 동참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맞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사드 배치에 이어 MD의 한 축인 한미일 3국간 레이더 정보 교환의 토대도 다지는 모양새다.

이 같은 미사일방어망이 북한과 같은 예측 불허의 국가나 테러단체의 핵 미사일 도발을 예방하는 측면에서 보면 든든한 안보망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9ㆍ11테러 이후 자국 방어를 위해 MD에 열을 올리는 것도, 최근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국민 여론이 우호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패가 미중 대립 구도에선 양 측 핵전력 균형을 무너뜨리는 공격적 방어 무기라는 점에서 위험 요소가 적지 않다. 중국의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면 미국의 핵전력은 배가되고, 이는 다시 중국이 MD망을 뚫는 핵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게 해 군비 경쟁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두고 미일 대 중국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일의 MD 협력에 대해 중국은 핵미사일 개발 확충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전승절 열병식에서 다양한 전략무기를 과시했던 중국은 최근 미국의 MD망을 뚫는 무기인 다탄두(MIRV)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을 여러 차례 실험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의 유력 싱크 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2025’ 보고서에서 “역내 힘의 균형이 이동해 2030년에 남중국해가 사실상 중국의 호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미국의 경계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이 그간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군사 굴기’에 나서 미국의 단극 체제에 도전하면서 동북아 지역이 그야말로 미중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 코 앞에 미국 주도 MD의 신경망인 초강력 레이더를 전진 배치시키는 격이어서 미중 패권 경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간 중국과의 마찰을 의식해 사드 배치에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해왔던 정부가 사실상 미국 편에 서는 선택을 한 것은 북핵 위협 앞에서 더 이상 미중 줄타기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중 관계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여전히 힘의 우위에 있는 미국의 등을 타고 가면 중국도 아직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따라올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중국이 동북아 지역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북한,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고 한중 무역으로 많은 수익을 챙기는 한국에는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눈에 띄지 않는 다양한 경제 보복 카드로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사드 배치는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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