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 불안이 확산되자 미국의 금리인상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이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옐런 의장이 이 같은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옐런 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미국 경제가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수많은 해외 위협 요인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준은 불과 2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유지했던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올해도 단계적인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을 낙관했었다.
이런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은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 글로벌 경제의 복합적 위기다. 옐런 의장은 이날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의 불확실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중국 경제와 위안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동요와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최근 금융시장의 상황이 이전보다 경제성장을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횟수가 당초 예상됐던 연 4회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실제로 시카고상업거래소의 연방기금 선물 거래에 나타난 올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19%에 불과하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옐런 의장은 “경기 둔화가 개선될 경우 연준 예상보다 더 빠르게 경기 회복세를 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연준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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