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ㆍ18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유가족이 광주 망월동 5ㆍ18 옛 묘역에서 열리는 고인의 추모행사에 참석한다. 5ㆍ18기념재단은 오는 5월 5ㆍ18 민주화운동 36주기 기념행사에 부인 프람스티트 에렐트라우트(79)씨 등 힌츠페터씨의 유가족을 초청, 고인의 머리카락과 손톱이 든 봉투를 망월동 옛 묘역에 안치하는 추모식을 열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김양래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와 김수아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은 최근 장례식이 열린 독일 북부도시 라체부르크로 건너가 유가족, 독일 교민, 단체 등과 함께 고인의 영전에 조의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에렐트라우트씨에게 고인의 유품을 망월동 묘역에 안치하는 추모행사에 유가족을 초대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기꺼이 참석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기념재단과 광주시는 5월 16~18일 사이 유가족을 초청할 예정이다. 기념재단은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고 밝힌 고인의 뜻에 따라 손톱과 머리카락 등을 옛 망월동에 안치하고 그 위에 비석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양래 기념재단 이사장은 “시의 검토 결과 시신을 안장하는 것이 아니라 손톱ㆍ머리카락 등 신체 일부를 안치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큰 불편과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안치 문제는 시와 협의 후 결정하겠다. 이후 유족에게 초청장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힌츠페터씨는 일본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1980년 5월 한국에 들어와 목숨을 걸고 광주 현장을 취재했다. 그가 촬영한 영상 자료는 군부독재의 폭압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독일 북부의 라체부르크에서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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