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중화권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기간에 노점상 단속을 둘러싼 충돌이 발생해 중국 당국이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 네티즌들 사이에 ‘어묵 혁명’이라는 신조어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분리주의자들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춘제 당일인 8일(현지시간) 밤부터 9일 아침까지 홍콩 몽콕(旺角) 거리에서 경찰과 노점상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충돌해 100여 명이 부상당하고 10일까지 모두 63명이 체포됐다.
8일 오후 홍콩 식품위생국 직원들이 무허가 노점상 철거에 나서자 홍콩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본토민주전선(本土民主前線)이 온라인을 통해 노점상을 지켜달라는 호소를 던지면서 충돌이 격화했다. 삽시간에 수백 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무장 경찰을 향해 각목과 쇠막대기를 휘두르거나 곳곳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경고사격을 한 뒤 총구로 시위대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언론인 4명도 부상을 당했다.
충돌 직후인 9일 오전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경찰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밝혔다. 범민주계 야당인 민주당도 공식 성명을 통해 “폭력과 방화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여론이 번지고 있다. 특히 홍콩 트위터 이용자들은 해시태그 ‘#Fishballrevolution(어묵 혁명)’을 넣은 게시물을 통해 홍콩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했다. 몽콕 거리에서 노점상 면허를 취득한 한 노점상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폭력 저항을 원하지 않았다”면서도 “춘제에는 무허가 노점상을 눈감아 주는 것이 관례였는데 최근 당국이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언론들은 ‘어묵 혁명’이 과거 ‘우산 혁명’과 유사한 장기 시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어묵은 홍콩 노동자 계급을 상징하는 음식이며, 홍콩 당국의 노점상 정책이 중국 본토 자본을 위한 일방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어 홍콩에서 주요한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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