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미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정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군 최고 통수권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사드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사실상 기정사실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CBS와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이 미군 시설이나 미국인들에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도 막기 위해 미사일방어능력 향상에 관해 한국과 최초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간 협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략적 인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사드 배치는 미국 정부의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수단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 미 본토를 외곽에서 방어하는 미사일방어망(MD)도 훨씬 촘촘하게 갖출 수 있게 된다. 미국 대선 주자 가운데 한미동맹에 관한 이해의 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조차 지난달 4차 북핵 실험 직후 “MD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다소 모호해졌던 한미일 삼각 동맹의 연결 고리를 강화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중국을 향해 보다 강경한 대북 제제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할 수도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는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원유 공급 중단 ▦금융 제재 등이 포함된 새로운 제재안을 추진 중이지만 중국의 강력한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생존이 중국의 안보에 중요하다는 계산법에 따른 것인데, 미국이 여기에 사드라는 변수를 추가한다면 중국의 대응이 바뀔 수도 있다는 논리다.
미국 정부의 ‘사드 밀어붙이기’는 임기를 1년 앞둔 오바마 행정부의 ‘명분 쌓기’성격도 강하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북한의 선제적인 태도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북한에게 핵ㆍ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기회를 줬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사무소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드 배치를 언급한 것은 자신의 대북 정책이 실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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