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의 후계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롯데경영정상화를요구하는모임 홈페이지 영상 캡처
정신감정을 앞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유창한 발언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의 웹사이트 '롯데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ロッテの経営正常化を求める会, http://www.l-seijouka.com)'(이하 정상화모임)은 8일 유튜브의 'Cross Kings'라는 계정을 이용해 '롯데 창업주 시게미쓰 다케오의 긴 인터뷰(ロッテ創業者 重光武雄 ロングインタビュー)'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차남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회장 측이 만든 것이다.
이 영상에서 신 총괄회장은 16분에 걸쳐 12개의 질문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가디건을 걸치고 탁자 앞에 앉은 신 총괄회장은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말을 이어갔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해 보였다. 눈의 초점은 비교적 또렷했고 몸짓을 이용해 발언을 강조했다. 창업 당시 자전거를 타고 소매점을 돌아다녔던 일화와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다는 경영 철학 등을 밝히며 기억력을 뽐내기도 했다.
인터뷰는 '경영권 문제로 롯데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HD(홀딩스)의 후계자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영상이 제작된 목적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신 총괄회장은 이 질문에 "한국이나 일본이나 오너기업에서 장남이 후계자가 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라며 "다른 사람이 후계자가 되면 신용을 잃게 된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신 총괄회장은 "사장이 자신의 이익만을 움직이면 회사가 발전하지 않는다"고 일침하면서 다음 질문인 '지금 롯데의 사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いま、ロッテ社員に伝えたいことは)'에는 "후계자는 앞으로 계속 롯데를 더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신 총괄회장은 사원들에 대한 애정과 바라는 점 등도 거침없이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원도 상품만큼 중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원은 롯데를 경영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롯데의 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회사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 밖에 질문은 '창업 당시 롯데에 대해', '한국에서 일본으로 온 이유', '소비자 신뢰를 얻는 방법' 등 신 총괄회장의 창업과 경영에 대한 개인적인 것들이었다.
영상을 촬영한 자리에는 신원미상의 한 남성도 있었다. 이 남성은 이따금씩 영상에서 신 총괄회장의 인터뷰 중 필요에 따라 "네(はい)"라는 등 맞장구를 쳤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신 총괄회장은 오는 3월 9일 정신감정을 앞두고 있다. 작년에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 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신정숙씨의 심판 청구 소식을 접한 직후 "바보 아이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지난 4일에는 성년후견인 첫 심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서울가정법원에 걸어서 출석,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도 신 총괄회장의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총괄회장은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사고가 필요한 질문에도 틀림 없이 명확하게 대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11월 결성한 정상화모임은 홈페이지의 '경영권 문제의 발단부터 현재까지의 경위(経営権問題の発端から現在までの経緯) 메뉴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속여서 자리를 차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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